▲2014년 제주 연산호 국제심포지엄과 현장 답사에 참여한 전문가들과 녹색연합 활동가 등 현장 조사팀 모습. 일본자연보전연맹의 아베마리코, 폼페이 해양환경연구소의 사이먼 엘리스, 해마다이빙 대표 김진수, 해조호 선장 강용옥,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 짐 마라고스, 정은혜 작가, 녹색연합 활동가 등
녹색연합
- 스쿠버다이빙을 배운 이후에 조사팀과 같이 강정등대, 서건도에 들어가 보셨지요?
"다이빙을 하며 직접 들어간 바다는 조사팀이 찍은 사진, 영상을 볼 때와 전혀 다른 느낌이었어요. 무중력에 가까운 상태를 경험했어요. 눈 앞에 펼쳐지는 바닷속 생명은 각자 자신의 리듬으로 꼼지락거렸어요.
호흡이 안정될 때 바닷속을 날아다니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제주해군기지와 무관하게 바다가 주는 황홀경에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강정등대와 서건도에 들어갔을 때는 이미 공사로 인해 연산호 서식지 훼손이 상당한 상태였어요. 구럼비 바다, 원형의 바다를 공사 이전에 보지 못한 아쉬움이 컸습니다."
- 최근 많은 변화로 '원형의 바다'가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르겠네요. 최근에는 서귀포 문섬과 범섬 조사를 자주 다닌다고 들었습니다.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해양보호구역'을 키워드로 제주 남쪽 바다를 살피고 있어요. 제주 남쪽 바다는 해양보호구역의 핵심이자 기후위기의 최전선 같은 곳입니다. 서귀포와 송악산 앞바다는 천연기념물 제442호로 지정된 '제주연안연산호군락'이 있어요. 서귀포 문섬과 범섬은 천연기념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1a(엄정보호지역) 등 겹겹의 보호장치로 지정된 지역이고요.
그런데 레토릭에 불과합니다. 말뿐이지요. 바닷속 기후위기의 징후는 너무나 급격하게 나타납니다. 최근 녹색연합은 서귀포 관광잠수함이 문섬 수중 암반과 산호를 훼손한 현장을 보도하기도 했고요. 낚시나 어업의 영향도 살피고 있어요. 문섬과 범섬의 개발과 이용 현황, 산호 서식지, 기후변화의 징후들을 차근차근 기록하고 있습니다."
play
▲ 제주 문섬 범섬 풍경 및 수중조사 ⓒ 녹색연합
- 특히, 제주 바다를 기록하는 시민과학자의 역할에 관심이 많다고요?
"자연생태분야 연구기관의 전문가들은 인력과 역할에 한계가 있어요. 몇 명되지 않는 연구자가 제주 바다의 산호를 모두 조사할 수도 없고요. 아마추어 다이버의 기록이 세상을 바꾸고, 제주 바다를 보존할 수 있다고 믿어요. 학자나 보고서의 기록이 아니더라도 돌산호 종류가 확연히 늘었다는 것은 경험적으로도 알 수 있어요.
녹색연합 해양팀에서는 즐거운 레저활동인 '펀 다이빙'을 넘어 '바다를 기록하는 시민과학자'로서 조사 다이빙을 할 수 있도록 '산호학교'를 기획, 운영하고 있어요. 이번 7~8월에 산호 전문가들과 함께 1기 산호학교 프로그램을 열었고요. 70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4회의 이론 교육을 하고, 그 중 선발된 8명의 참가자들과 문섬, 범섬 바닷속에서 조사 키트를 이용해 기록하는 연습을 했어요. 앞으로 조사 데이터를 축적, 활용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