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 시 미술관작품명, 저항군에 참여한 어머니
김성호
호찌민을 대표하는 미술관
베트남 남부 '호찌민 시 미술관'은 이 도시를 대표하는 미술관입니다. 우리 돈으로 2000원이 되지 않는 3만동에 입장이 가능합니다. 3층으로 된 이 미술관의 유일한 단점은 덥다는 겁니다. 국보급 작품이 있는 일부 방에만 에어컨을 돌리고 있는 탓이죠. 하지만 양질의 작품이 많은 반면 관람객은 많지 않고 동선도 적절히 짜여 있어 즐겁게 볼 수 있습니다.
조각과 회화, 입체적인 현대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이 전시돼 있습니다. 근대부터 현대, 베트남 여러 박물관이며 미술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2차 인도차이나 전쟁 당시 전쟁 관련 미술이나 공산주의 아래 나온 선전미술, 쇄신이라 표현되는 도이모이 이후의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베트남의 역사적 변화가 미술에 미친 영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서구 미술을 베트남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도 상당한 수준입니다. 베트남식 피카소, 베트남식 모네, 베트남식 르누아르, 베트남식 터너 등이 아류를 벗어난 변형이며 변주까지 나아간 모습도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중국과 프랑스, 일본과 미국 같은 당대 강대국의 침략을 거듭 겪어낸 나라답게 미술에서도 강렬한 저항의식이 읽힙니다. 그러나 미술이 바라보는 시선은 언제나 한층 깊게 마련입니다.
전쟁에 나선 인간들, 전쟁으로 자식과 남편을 잃은 어머니와 여인들 안의 아름다움과 강함을 섬세한 시선으로 탐구합니다. 또 전쟁을 겪은 이들 안의 상처 역시 은근하면서도 정확하게 포착하지요. 베트남 미술을 보고 있자면 이들은 정면으로 그들의 역사를 껴안고 부딪쳤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