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진 대표는 방문지마다 일을 하며 세계 30여 개 나라를 여행했다.
김태진
김태진 동네줌인 대표는 자신을 "동네줌인 대표 플러스(+) 직업이 한 10개 정도 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동네줌인'은 그럼 무엇하는 회사냐고 묻는다면, "사람들을 모아 이런저런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을 도모하는 회사"라고 답할 것이다.
이처럼 모호한 답변은 그가 하는 일이 지지부진하거나 실체가 없어서가 아니라, 김 대표가 그간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며 새로이 길을 내고 그 자신이 고유한 브랜드가 된 사람이기 때문이다. 뚜렷한 스승도 선배도 없이 혼자 큰 광주의 국보급 소셜디자이너, 김태진 대표를 지난 8월 5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대기업 때려치고 시작한 커피트럭
- 대기업을 다니다 그만두고 커피트럭을 운영하셨다고 들었어요. 갑자기 인생의 궤도를 바꾸신 계기가 있나요?
"제가 대학 때까지 기초생활수급자였어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어머니와 함께 신문배달을 시작해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었죠. 그땐 좋은 대학 가서 좋은 회사 취직하는 게 꿈이었어요. 그게 제가 아는 유일한 성공 방법이었으니까요.
대학을 졸업하고 26살에 대기업에 입사했어요. 그간 활동했던 것들을 모아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추천서도 176장이나 받고… 갖은 노력 끝에 대기업에 들어갔으니 꿈을 이룬 셈인데, 오히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어요. 한번 사는 인생인데 나도 한 번쯤 재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뭘 해야 재밌는지 도무지 모르겠더라고요.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까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거예요, 내가 진짜 재미있어하는 일이 뭔지, 뭘 해야 행복한지.
여행이라도 한번 해보자 싶어 회사를 그만두고 친구와 함께 커피트럭을 운영하며 전국일주를 했어요. 여행 경비가 없으니 돈을 벌면서 여행을 해야 해서 400만 원짜리 중고트럭을 사서 직접 개조했고, 속이 쓰리도록 커피를 마셔가며 맛있는 커피 만드는 법을 연습하고 메뉴도 개발했고요. 커피트럭을 몰고 1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별별 사람들을 다 만났어요. 그 여행이, 제 인생을 바꿨어요."
- 커피트럭 여행을 하고나니 무엇이 달라지던가요?
"삶에 대한 기준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사회가 시키는 대로 살려고 안간힘을 쓰던 사람이 처음으로 그냥 오롯이 내가 재미있는 무언가를 해본 거예요. 돈도 별로 못 벌었는데 마냥 재밌었어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아도 충분히 행복하게 잘살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도 생겼고요.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이곳저곳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오고 인터뷰를 하자고 신문사에서 연락이 오고, 방송사에서 다큐멘터리를 찍자고 하더라고요. 사업 제안도 여기저기서 들어오고요. 참 신기한 일들이 생기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