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에 대한 이해 부족에 한바탕 소극이 빚어지는 일이 잦다. 그러나 그걸 문해력의 문제로 확대하는 건 다른 문제가 아닐까.
장호철
서울의 한 카페에서 올린 공지문에 나오는 '심심한 사과'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이 '문해력'에 관한 새롭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다.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라는 뜻으로 쓴 '심심(甚深)하다'가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라는 뜻의 고유어 '심심하다'로 읽히면서 세대 간 소통의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무운(武運)'에 이어진 '심심(甚深)하다' 소동
지난해에는 '무운을 빈다'에서 '무운(武運)'이 "전쟁 따위에서 이기고 지는 운수"라는 뜻인 줄 모르고 "운이 없다"라는 '무운(無運)'으로 전달한 기자의 방송사고도 있었으니 더는 보탤 게 없을 지경이다. 비슷한 사례가 나타날 때마다 '문해력'이 소환되지만, 정작 그게 '문해력'의 범주에서 바라보아야 하는지는 망설여지는 대목이 많다.
'금일(今日)'을 '금요일'로 '사흘'을 '4일'로 안다거나, '꽃샘추위'를 '곱셈추위'로, '(미모가) 일취월장' 대신 '일치얼짱'이라 쓴다는 요절복통 사례를 무심히 웃어넘길 수 없다. 퇴직 전 여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면서 나는 아이들이 '삼라만상'이나 '양공주' 같은 어휘조차 모르고 있음에 충격을 받았었다.
아이들은 시험을 치면서도 감독 교사에게 단어의 뜻을 묻는 일이 부지기수다. 국어 시간만이 아니고, 영어 시간도, 가정 시간도 아이들은 지문에 나온 어휘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 영문해석을 하다 보면 단어의 뜻도 설명해 주어야 한다면서 영어 교사는 자신이 국어 교산지 영어 교산지가 헛갈렸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문해력을 "일상적인 활동이나 가정, 일터 및 지역사회에서 문서화 된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광복 직후 78%에 이르렀던 12세 이상 인구의 문맹률은 2021년 현재 18세 이상 인구의 비문해율(1989년부터 쓴 '문맹률'의 대체 개념) 4.5%(교육부 통계)로 떨어졌으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