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16일,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 내외분 및 애국지사 후손, 정부 관계자와 함께 중국 충칭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 중앙계단에서 환국 72년 만에 기념촬영을 하다(앞줄 왼쪽 두번째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영부인, 김자동 회장, 둘째 딸 김선현).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선생은 성공적인 경영자의 길을 접고 역사의 길에 나섰다.
임시정부와 할아버지, 부모님의 못다한 역할, 그리고 조용수와 〈민족일보〉의 누명을 벗기는 작업이었다. 축약하면 임시정부의 정신을 계승하고 민족·민주언론의 정맥을 지키는 일이다.
영·중·일어에 능했던 터라 1980년대 후반 한국사회에서는 여전히 금서의 딱지가 붙은 〈한국전쟁의 기원〉, 〈레닌의 회상〉, 〈모택동 전기〉 등을 번역했다. 지식인 사회의 지평을 넓히고자 해서였다. 박해가 심했으나 극복했다.
2004년 (사)임시정부기념사업회를 창설하여 임정의 정신을 잇고자 분투했다. 이명박근혜정권이 학기(學妓)들을 앞세워 임정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이른바 건국절을 내세우며 국정교과서 편찬을 감행할 때 학술회의와 집회를 통해 저지에 앞장섰다. 평소 겸손하고 온유한 성품이지만 원칙에는 강직한 모습 그대로였다.
선생은 2005년부터 독립운동가 후손 및 학생들로 '독립정신답사단'을 결성하여 매년 한 차례씩 중국·일본 등 독립운동 유적지를 답사해왔다. 나는 강사진의 일원으로 참가하면서 늙어도 낡지 않고 여전히 생기찬 모습으로 활동하는 선생을 지켜봤다. 특히 산제비도 날지 못한다는 중국 타이항산의 조선의용대(군)의 혈투현장과 윤봉길의사 유해를 방치한 일본 현장에서 묵연히 흐느끼시던 선생의 모습은 두고두고 가슴을 저리게 했다.
〈민족일보〉 영인본을 제작하고 조용수 사장의 명예회복을 이뤄냈으며 〈한겨레〉 창간을 지원하고, 임정의 법통을 지켜낸 열정은 한 시대의 양심으로 수행한 기여이다. 때마다 시대를 읽어내는 통찰력으로 아무나 하기 어려운 과제를 스스로 짊어지고 걸어온 결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