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건에 받은 사인강연장에서 입고 있던 티셔츠에 사인 받는 아이들을 보며 저도 손수건을 꺼내 사인받았습니다.
신은경
심용환 작가는 저서도 여러 권이며 무엇보다도 방송을 통해 접한 역사학자라서 '조금의 거리감'이 있었다. 강연 주제도 5월에 발행한 신간 도서 <친절한 한국사> 일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강연장을 찾았다. 10분 정도 일찍 강연장에 도착했는데 이미 빈자리가 없어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겨우 빈자리를 찾았다.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는데 과연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머리가 희끗한 노인부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들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였다.
강연은 '국채보상운동'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었다. 1990년대의 외환위기 시절의 '금 모으기 운동'의 이야기와 비교하면서 이 두 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의 이야기로 출발했다. 이어 '윤희순', '찬양회', '기독교 여성 선교사', '메리 스크랜턴의 이화학당', '김마리아', '남자현'으로 이야기를 이어졌는데, 그는 '여걸 남자현'에 대해 매우 강조했다. 그가 강조한 이유는 '남자현'의 여러 활동들이 밀정에 의해 미리 드러나 어떤 성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역사시간에 수업 받거나 책이나 영화를 통해 배우게 되는 인물들은 그들의 업적을 배운다. 업적의 크기에 따라 그 인물의 중요도가 달라진다. 나도 그렇게 배웠고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들이 이룬 업적으로 발전이 있었고 특히 독립운동가의 경우에는 그들의 업적에 매우 감사하고 있다.
심용환 작가는 이 점을 경고했다. 성과를 얻지 못해도 그들의 활동이 중요하고 독립운동가마저도 성과주의로 줄 세우는 점을 강하게 경고했다. 그 경고를 들으며 나는 깜짝 놀랐다. 나 스스로에게도 양육하는 아이들에게도 성과 혹은 점수로 줄 세우기를 하면 안 된다고 늘 이야기하고 생각했었는데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책을 읽을 때 TV 뉴스나 신문 기사를 접할 때 늘 '비판적 사고'를 해야 한다고 나 자신에게 늘 되새기면서도 그랬다.
강연은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호주제도, 공창제도, 일제 강점기의 노동정책, 형평운동(1923), 강주룡, 제주해녀 항일운동으로 이어졌다. <체공녀 강주룡>이란 소설책을 읽은 적이 있어 '강주룡'에 대한 이야기는 반가웠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던 강주룡은 90% 이상이 소설 속의 인물에 그쳤다.
실제 강주룡이 노동운동을 했고 평양 을밀대 지붕 위에서 농성을 해서 파업을 성공으로 이끌었지만 파업의 주동자로 알려져 어떤 공장에도 취업을 할 수 없었고 후에 빈민굴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땐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은 일제 강점기 내내 계속되었고 나는 이 계속될 수 있는 힘이 바로 앞에서 이야기했던 '남자현'의 활동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커다란 성과를 이루지 못해도 누군가에게 전해지는 힘, 바로 이 힘을 가진 이름 없는 인물들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