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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차례 취소, 여행 가렴" 달라지는 명절 문화

자식에게 부담될까... "전통문화 장점 취해야" 우려도

등록 2022.09.07 17:29수정 2022.09.0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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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가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차례 간소화'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간소화 방안대로 차린 9가지 음식의 차례상.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가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차례 간소화'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간소화 방안대로 차린 9가지 음식의 차례상. 연합뉴스
 
우리나라 전통 제례문화가 편의성 위주로 빠르게 변화해가고 있다. 여러 곳의 흩어져있는 조상 묘지를 한곳으로 모으거나 여러 차례 지내야 하는 기제사를 하루로 합치는 사례는 이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됐다. 최근에는 설이나 추석 등 명절 차례상도 성묘로 대신하는 가정집이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에 거주하는 A씨(남, 62)는 최근 돌아가신 어머니 장례식을 계기로 흩어져 있던 10기의 조상묘를 관리가 수월한 공원묘지의 가족묘역으로 옮겼다. 동시에 1년에 10여 차례의 기제사와 명절 차례 역시 공원묘지를 방문해 추모하기로 했다. 4남매가 고향을 떠나 모두 외지에서 생활하는 데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자식들에게 부담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다.

A씨는 "형제와 자식들이 많기는 하지만 멀리 흩어져 살다보니가 벌초나 제사를 준비 과정에서 참석 여부에 따라 형제간에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또 내 자식들에게 대를 이어 부담하도록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내 손에서 정리하고 싶었다"면서 "요즘에는 전통의식을 고집하기 보다는 현실적으로 자식들을 위해서 이렇게 하는 경우가 주변에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강원 강릉에 거주하는 30대 초반 기혼인 직장인 B씨(남) 역시 이번 추석 연휴 기간동안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 명절 때마다 차례를 지내왔던 부모님이 올해부터 성묘로 대체하자고 했기 때문이다. '독박 육아'를 하는 며느리를 생각해 명절 연휴가 시작되기 전 미리 성묘하고 연휴 기간에는 가족끼리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라는 취지였다.

B씨는 부모님의 제안이 의외였지만 아주 낮설지는 않았다. 최근 주변 또래 친구들의 사이에서도 명절 연휴 동안 여행을 간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왔기 때문이다. B씨는 "요즘은 명절 연휴때 제사를 지내지 않고 여행을 가는 친구들도 많다"면서 "차례만 생략할 뿐이지 미리 성묘를 다녀오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이번 추석 연휴 국내 여행 콘텐츠를 찾아보는 '연휴엔 여행이 정답! 추석 여행 떠나요!' 테마의 온라인 특집관을 운영하며 여행을 독려하고 나섰다. 호텔업계나 여행사 역시 다가오는 추석 황금연휴(9월 9일~9월 12일)를 맞아 추석 여행객을 붙잡기 위한 각양각색의 추석 패키지를 선보였다. 

일각에서는 이런 변화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오래된 전통문화가 편리함을 이유로 낡은 유물 정도로 취급되는 분위기는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은 <오마이뉴스>에 "형식에 치우치기보다는 왜 우리가 차례를 지내는지 생각해야 한다"면서 "돌아가신 조상님들에 대해 추모하고 가족들이 형제간에 우애를 보이는 게 살아있는 가정 교육이다. 그런 전통문화의 장점을 취해야 되는데, 본질은 모두 없애버리고 무조건 편리함만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계했다.
#추석 #전통제례 #성균관 #추석연휴 #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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