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8년판 몽테뉴의 <에세>왼쪽은 본문 오른쪽은 표지
임명옥
몽테뉴는 죽기 전까지 20여 년 동안 에세를 쓰고 출판했는데 살아있는 동안 다섯 번의 출판을 할 때마다 주제에 대한 생각이나 인용을 덧붙였다. 나는 민음사에서 펴낸 <에세>를 읽었는데, 심민화와 최권행이 번역한 세 권의 <에세>는 총 1988쪽의 분량으로 107개의 주제를 가지고 있는 두툼한 분량이다.
이 책은 각각의 주제가 독립된 한 편의 글이므로 읽고 싶은 주제를 골라 어디서 시작해도 무방하고 주제를 건너 뛰며 읽어도 상관없다. 몽테뉴가 다룬 주제는 다양하고도 포괄적이다. 예를 들어 잠이나 이름, 옷이나 책과 같은 일상적인 것, 슬픔이나 의연함, 공포와 같은 감정적인 것, 위그노 전쟁이나 협상과 같은 정치적인 것, 죽음이나 양심, 잔인함이나 행복과 같은 철학적인 주제들이 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함은 오늘날의 일만은 아닌지 16세기에 살았던 몽테뉴도 내일을 걱정하는 영혼들에게 말을 건넨다. 걱정과 불안함이 현재를 제대로 살지 못하게 만들며 심지어 불행하게 만든다고 한다. 그를 극복하려면 플라톤의 말을 인용하면서 네 일을 하고 너를 알라고 말한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의 불행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오는 게 아닌가 싶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탐구하면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게 될 것이다. 그것을 찾아가다 보면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중시하게 되고 열심히 살게 된다. 현재에 충실하니 내일을 걱정하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그래서 나도 이런 생각이 든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두려움 대신 지금 이 순간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게 자신만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안전한 기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