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조합의 마라탕은 푸주와 청경채, 숙주, 버섯이 듬뿍 들어간 마라탕이다.
김지영
우선 식당에 들어서면 음식 재료를 담을 수 있는 커다란 양푼과 집게를 집어 든다. 잡채를 10인분은 넘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우리 집에도 없는 크기의 커다란 양푼을 한 손에 들고 정갈하게 통에 담겨 있는 여러 식재료들을 바라보면 왠지 마음이 웅장해진다. 재료를 매의 눈으로 스윽 스캔한 후, 내가 먹고 싶은 재료를, 내가 담고 싶은 조합으로, 내가 원하는 만큼 양푼에 담아낸다.
버섯의 식감을 좋아하는 나는 팽이 버섯과 목이 버섯, 느타리 버섯을 취향껏 담는다. 마라탕에는 두부가 실로 다양한 형태로 들어가는데, 일반 두부와 포두부, 면두부나 유부 등을 통틀어서 나의 최애픽은 죽순 형태로 말린 두부인 푸주다.
푸주를 메인으로 먹을 정도로 너댓 줄기(?) 넉넉하게 넣고,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 넙적 당면이나 일반 당면 혹은 떡이나 분모자(가래떡처럼 생긴 당면)를 추가하기도 한다.
채소 중에 숙주와 청경채, 배추는 빠지면 안된다. 숙주는 아삭함을, 청경채와 배추는 시원함을 담당한다. 가끔 폭닥한(포근하다의 방언) 게 당기는 날에는 얇게 저민 감자를 추가하기도 한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유부도 추가한다. 마라탕 국물을 잔뜩 머금고 있는 유부를 한 입 베어 물면 으슬으슬한 기운이 저 멀리 달아나는 느낌이다. 소시지나 새우, 어묵, 오징어 등을 추가할 수도 있다. 라면 사리와 옥수수면 등 면을 넣어 먹기도 하고, 간혹 추가 요금을 받는 고급 식재료를 골라 넣을 수 있는 곳도 있다.
마지막으로는 고기를 고르는데, 나는 주로 소고기를 고른다. 내 주변에 마라탕 좀 먹는다는 친구들은 양고기를 먹더라. 양고기의 특유의 냄새가 마라의 향신료와 맛 궁합이 좋다는 이유에서이다.
마라탕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마라 초급자인 나는 아직 양고기 마라탕은 시도해 보지 않았다. 그렇지만 양고기든 소고기든 상관 없다. 나의 취향대로 내 마음대로 조합할 수 있으니! 가볍게 먹고 싶은 날에는 고기를 선택하지 않기도 한다.
정말 매운 맛이 필요한 날에는 마라 양념을 넣은 볶음 요리인 마라샹궈를 선택하기도 한다. 이건 마라탕보다도 제법 매운맛이 세기 때문에 아주 가끔 정말 열 받고 속이 답답한 날에만 주문한다(마라탕보다 단가도 더 비싸기도 하다). 마라샹궈에는 해산물이 들어가는 게 개인적으로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솔방울 오징어나 새우 같은 것들 말이다.
무게를 달고 맵기 단계를 정해서 계산을 마치고 나면, 셀프로 가져다 먹는 짜사이나 양배추 피클 등의 반찬과 각종 소스를 먹고 싶은 만큼 가지고 자리로 와서 앉는다. 식재료 선택부터 맵기 선택, 거기다가 소스 선택까지 나의 할 일은 여기서 끝이 난다. 이제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내 마음대로'가 주는 힐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