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SBS 라디오의 중파방송이 11월부터 중단된다.
박장식
지직이는 소음 사이로 들려오는 또렷한 목소리에 집중하게 만들었던 라디오 방송, 이른바 'AM방송'으로 들리던 중파방송의 시대가 저물었음을 실감케 하는 송출 중단 소식이 들려왔다.
MBC와 SBS는 최근 공지를 통해 중파 900킬로헤르츠(MBC), 중파 792킬로헤르츠(SBS)에서 각각 송출하던 두 방송사의 중파방송을 다음달 8일부터 송출 중단한다고 밝혔다. 두 방송사는 오는 8일부터 6개월 동안의 방송 휴지를 거친 뒤 2023년 5월에 방송을 공식 종료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지역 방송국이 유지비 부담 등을 이유로 중파방송의 송출을 중단한 일은 부지기수였지만, 서울에 본사를 둔 방송국이 중파방송을 중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초단파방송(FM방송)에 비해 송출 비용은 비싼 데 반해, 청취자가 없다시피 했던 중파방송의 '예견된 퇴장'이 두 방송사의 중단을 통해 공식화된 셈이다.
비싼 운영 비용에... FM방송 음영 지역 줄면서 타격
오랫동안 국내 라디오의 한 자리를 지켜 왔던 중파방송. 전파의 도달거리가 길다는 특성을 지닌 덕분에 산업화 이전의 대한민국에서는 적은 송신소로도 충분히 전국을 책임질 수 있어 특히 사랑받던 매체이기도 했다. 예컨대 중파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라디오 드라마나 코미디 프로그램은 많은 이들의 귀를 집중케 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지면서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없는 중파방송은 특유의 낮은 음질, 잡음과 혼선에 취약해 난청이 잦다는 단점이 부각되었다. 이른바 산업화를 거치며 콘크리트 건물이 늘어난 것도 중파방송에게는 독이었다. 중파방송의 전파는 콘크리트를 만나면 약해지는 특성을 가졌던 탓이다.
그렇게 되면서 라디오를 청취하는 방법도 달라졌다. 1965년 개국한 '서울FM'을 시작으로 초단파방송, 즉 FM방송을 각 방송사들이 앞다투어 보급하기 시작했다. FM방송은 송신소가 책임질 수 있는 거리는 AM방송에 비해 짧지만, 더욱 높은 음질을 바탕으로 고품질의 음악 방송을 할 수 있게 되었다.
1987년에는 이른바 'AM방송을 재송신하는 FM라디오'도 생겨났다. MBC 라디오가 '표준FM'을 개국하면서 시작된 FM방송의 주류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SBS가 1991년 개국 당시 이른바 '스테레오 AM방송'을 실시하며 AM방송에 자신감을 보였으나, 결국 1999년 '표준FM' 방송인 러브FM을 개국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AM방송을 향한 청취자들의 외면은 가속화되었다. 특히 지방 방송국에서도 FM 송신소를 대거 개설해 음영지역을 줄이면서 '잘 들리지도 않고, 소리도 안 좋은' AM방송은 사양길에 올랐다. 2000년대 전국민의 '친구'가 된 MP3 플레이어에서도 지난 시대의 '워크맨'과는 달리 FM 수신기만을 탑재하는 등 소비자의 외면이 드러났다.
청취자들이 방송을 잘 듣지 않으니 방송국들도 AM방송을 유지할 동력을 잃었다. 운영 비용도 비쌌다. MBC 표준FM의 경우 AM 송신을 위한 출력이 50킬로와트로 FM의 다섯 배에 달한다. 결국 방송국들은 허가 출력보다 낮게 출력을 조절하거나 음량을 줄이는 등 좋게 말하면 고육지책, 나쁘게 말하면 꼼수를 쓰기도 했다.
2019년 방송통신위원회는 KBS가 운영하는 1라디오, 한민족방송 등 9개 방송국을 비롯해 MBC·CBS 등의 중파방송에서 허가 출력보다 낮춰 방송을 내보낸 것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AM 방송을 안 할 수도 없고, 하기에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졌던 셈이다.
지역 라디오 폐국 많았는데... '서울 송신소' 폐국은 첫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