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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도 미환급 피해자들이 들은 황당한 조언... 지자체를 협박하라?

[일성콘도 입회금 미환급 사태 ②] 관광진흥법 등록취소·영업정지 처분 규정 무색

등록 2022.10.26 04:57수정 2022.10.26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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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성레저산업이 법적 허점을 이용해 기존 회원들의 입회금을 반환하지 않은 채 현재에도 신규 콘도를 건설, 회원권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어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성레저산업이 법적 허점을 이용해 기존 회원들의 입회금을 반환하지 않은 채 현재에도 신규 콘도를 건설, 회원권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어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일성레저산업
 
일성레저산업(아래 일성레저) 콘도미니엄 입회금 미반환으로 고통받는 피해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정확한 피해 건수와 피해 금액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법원을 찾아 승소하더라도 즉시 입회금을 돌려받지 못해 결국 재산압류, 채권추심까지 동원하는 사례도 늘고 있지만 구제는 요원한 상태다. 

지난 2018년 3월 개설된 네이커 카페 '일성콘도 회원금 환급받기'의 회원 수는 1144명 가량. 일성레저의 2021년 감사보고서에 명시된 부분만 살펴봐도 진행중인 입회금 반환 관련 소송 건수는 55건, 액수는 7억 1000만원이다. 승소하고도 돌려받지 못한 경우와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피해자들까지 감안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입회금을 돌려받지 못해 정부에 도움을 요청한 피해자들은 '영업정지를 내리지 않으면 직무 유기로 고발하겠다고 지자체를 협박하라'는 황당한 조언까지 들었다.

일성레저와 지난 2002년 콘도 회원권을 계약한 이광현(64)씨는 올해 3월 만기가 지나고도 입회금을 돌려받지 못해 답답한 마음에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숙박업 소관 부서에 문의했다가 들은 이야기를 소개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문제를 이미 알고 있더라고요. 그러면서 대뜸하는 얘기가, '각 지자체에 전화해서 (일성레저에 대해) 영업정지를 시키든지, 폐업을 시키라고 하라. 안 하면 직무유기로 고발하겠다고 협박하라'는 거에요. 그러면 입회금을 당장 준대요. 그래서 제가 '우리 같은 일반 시민이 그걸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문체부 측은) '그렇게 해야 한다. 우리도 그렇게 하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행정처분 권한 가진 지자체... 피해자들 호소에도 '구두 경고'만?


이에 이씨는 일성레저의 본점이 있는 서울 광진구청에 피해를 호소했지만, '각 콘도가 있는 지자체에 문의하라'는 답변을 들었다. 일성레저는 제주·설악·무주·지리산·경주 등 8개 지역에서 콘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씨의 경우 경북 경주에 있는 콘도를 계약했기 때문에 경주시청에 문의해야 했다.

그는 "경주시청 담당자는 '(일성레저에) 1차 구두 경고를 했다'고만 했다. 피해자들은 10여년을 싸우는 중인데, 공무원들은 다 그런 식으로 대응했다"며 "계속 항의하자, '알아보고 연락주겠다'고 하더니, 아무런 답도 없다"고 말했다.


관광진흥법 20조 5항은 콘도 업체의 회원입회금 반환 의무를 명시하고 있고, 35조는 이를 위반시등록취소, 영업정지, 개선명령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시행령 26조는 "입회기간이 끝나 입회금을 반환해야 하는 경우에는 입회금 반환을 요구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반환할 것"이라고 시한을 명시했다. 

하지만 관광진흥법 주무 부처인 문체부는 몇 년 동안 계속된 입회금 미환급 사태에 대해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관광사업체에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은 각 콘도 사업이 등록된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있다는 이유에서다.

18일 문체부 관광산업정책과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관광사업체에 대한) 인·허가권이 문체부에 없어 문체부 차원에서의 행정처분은 어렵다. 관할 지자체에 '법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하는 정도"라며 "이와 관련해 지자체의 행정처분 현황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문체부는 한 업체가 전국에서 운영하는 콘도의 규모조차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전국에 콘도가 수백 개는 되는데, 일단 (지자체에서) 등록 현황을 올리고는 있다"며 "저희가 관광숙박업을 담당하니 현황을 보고 있는데, 어떤 업체가 어디에, 몇 개를 운영하는지를 관리하기보다는, 지자체별로 취합 받아 관리 중"이라고 했다.

입회금 안 주면서 새 콘도 건설..."돌려막기 사기 아닌가"

이같은 허점 때문인지, 일성레저의 신규 콘도 건설과 '보증금 반환형' 회원권 판매는 계속되고 있다. 이씨는 "일성레저는 '우리도 돈을 벌어야 입회금을 줄 것 아니냐'고 했다"며 "경북 문경에서 새 콘도를 짓고 있는데, 결국 돌려막기 사기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성레저 측은 '돌려막기 의혹'을 일축했다. 일성레저 관계자는 "문경 콘도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로 짓고 있는 것이다. 문경 콘도를 분양하게 되면 대금을 PF 상환에 써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금 회원들은 돌려막기라고 하지만, 문경 건은 (다르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 관광산업정책과 관계자는 "개별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는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다. 회사가 대금을 돌려막는지, 아니면 다른 데서 자금을 조달하는지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일성레저의 경우에는 (이전에도) 지적한 부분이 있어 저희가 지자체에 조사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반복적으로 불거지는 콘도 입회금 미반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사회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의 박순장 사무처장은 "지자체 측 관계자들과 콘도 측 관계자들이 같은 지역에 있으면서 친분이 있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 된 행정처분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 부분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지자체에 있더라도, (법령상) 문체부가 최종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방관하는 것은 직무 유기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어 "입회금 지급이 지연되더라도 이에 대한 배상이 미약하다 보니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이라며 "(불명확한 사유로 지연되면) 입회금의 2~3배 수준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성콘도 #콘도 #입회금 #일성레저산업 #문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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