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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반대한 '박현채 제자'... 정태인 전 국민경제비서관 별세

등록 2022.10.21 09:17수정 2022.10.2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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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인 전 국민경제비서관.
정태인 전 국민경제비서관.페이스북 화면갈무리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냈고, 말년에는 민주노동당과 정의당에서 활동한 정태인(鄭泰仁)씨가 21일 0시43분 경기도 용인의 한 호스피스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정건화 한신대 교수 등 지인들이 전했다. 향년 62세. 지난해 7월초 쓰러진 뒤 폐암 4기 진단을 받았고, 이후 뇌종양 등으로 수술과 입원, 퇴원을 반복하는 가운데 최근까지도 논문을 읽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길 계속했다. 고교 시절부터 교류했다는 정건화 교수는 "(고인은) 완벽주의자라 글을 힘들게 썼고, 그래서 담배를 많이 피웠다"고 말했다.

서울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고인은 중학생 때부터 경제학자를 꿈꿨다. 숭문고를 거쳐 1978년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뒤 학생운동에도 참여했다.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박사는 과정만 마쳤다. 결국 박사학위는 2020년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받았다. 몇 군데 대학에서 강사 생활을 했지만, 대학에 적을 둔 적은 없었다. 민족경제학자 박현채(1934∼1995) 전 조선대 경제학과 교수를 따랐고, '식민지 반봉건 사회론'에 반대하고 '식민지 자본주의론'을 지지했다.

1985∼1988년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연구간사를 하면서 정치·사회 정세를 분석하는 '기사연 리포트'를 작성했다. 한국사회과학연구소(한사연) 창립에 참여해서 학술지 '동향과 전망'을 발간하기도 했고,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등 독립적인 민간연구단체에서 활동했다.

2002년 제16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위원을 시작으로 노무현 정부 2년간 대통령 직속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기조실장과 청와대에서 경제보좌관실 국민경제비서관 등을 지내면서 한미 FTA 체결을 반대했고,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도입은 지지했다.

2008년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 2019년부터는 정의당 그린뉴딜경제위원회 위원, 2020년 총선공약개발단장으로 활동했다. 심상정 의원과 친해져서 대선 공약 작성을 돕기도 했다.

2000년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2001년 MBC 라디오 'MBC 초대석', 2002년 KBS 라디오 '경제전망대' 등을 진행했다. '착한 것이 살아남는 경제의 숨겨진 법칙'(2011), '정태인의 협동의 경제학'(2013, 이수연과 공저)을 쓰고 칼 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가 펴낸 '자본주의를 다시 생각한다:사람과 자연을 위한 11가지 경제정책'(2017)과 '거대한 전환에서 거대한 금융화로:폴라니의 눈으로 본 현재의 위기'(2017)를 번역했다.

정종권 레디앙미디어 편집장은 지난 7월5일 레디앙에 쓴 글(링크)에서 "박현채 선생의 마지막 제자임을 자처하고, 심상정 의원의 절친이고, 천재의 면모와 보헤미안의 기질을 가진 사람"이라며 "자유주의 좌파의 이념을 고수하는 사람이고 진보정당 내의 소중한 지식인이고 중요한 이념가, 정책가"라고 썼다.


정건화 교수는 "박현채 선생을 롤모델로 삼아 마르크스 경제학 방법론을 현실에 적용해서 역사 흐름을 파악하는 방법론을 찾아내려고 애썼다"며 "사회주의 붕괴 후에는 조절이론, 제도주의 경제학을 파고들었고, 사회적 경제와 생태적 전환 등에 관심을 쏟았다"고 말했다.

유족은 부인 차정인(화가)씨와 사이에 2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에 마련할 예정이고, 발인 23일 오전 8시30분, 장지 양평 별그리다 추모공원(수목장). ☎ 02-2258-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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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 #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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