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동자동 쪽방촌, 공공·민간 개발방식별 개발 이익 분석'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조선혜
전 정부가 공공개발을 약속했던 서울역 동자동 쪽방촌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민간 개발로 변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공공주택 공급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참여연대는 동자동 쪽방촌 일대가 민간 주도 개발로 전환하면 토지주 개발이익은 최대 10배로 확대되는 반면, 공공임대 환수규모는 8분의 1로 축소된다고 분석했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동자동 쪽방촌, 공공·민간 개발방식별 개발 이익 분석' 기자회견에서 박현근 변호사(참여연대 실행위원)는 "민간 개발로는 저소득층 가구를 (신규 주택에) 입주시키키 어렵기 때문에 (이전) 정부가 나서 쪽방촌 공공주택사업과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을 추진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난 8월 민간도시복합개발사업 추진을 예고했고, 이어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도심복합개발 지원에 관한 법' 제정안을 발의했다"며 "또 정부가 다음 달까지 도심복합사업 후보지의 토지 등 소유자 동의율을 재조사해 동의율이 30% 미만인 사업장에 대해선 후보지에서 철회한다고까지 발표했다. 사실상 공공 주도의 사업을 취소하고, 민간 개발 사업으로 넘기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려는 민간도시복합개발사업과 관련해 민간에 돌아가게 될 과도한 개발이익이 어느 정도가 될지 현재 어떠한 평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또 해당 사업이 이해관계자들의 여론 수렴 없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번 개발이익 분석 배경을 설명했다.
민간 개발로 바꾸면 공공임대 1250호에서 156호로 대폭 축소
분석 결과, 동자동 쪽방촌 개발을 민간 개발로 전환할 경우 공공임대주택은 1250호에서 156호로 8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토지 등 소유자의 이익은 세대당 1억 4198만원에서 최대 13억 7826만원으로 10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우선, 공공주택사업으로 개발할 경우 공공시행자가 공공임대주택으로 환수하는 1250세대를 제외하고 총 2273억 원의 개발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토지 등 소유자 200세대는 총 284억원(세대당 1억 4198만원), 최초 수분양자 960세대는 총 518억 원(세대당 5396만원, 분양가상한제 적용 전제)을 얻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공공사업자는 1250세대의 공공임대주택으로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것 외에 960세대의 공공분양으로 얻는 개발이익 1471억원을 가져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동자동 쪽방촌 4만7000㎡(약 1만4217평) 부지에 용적률 500%를 적용해 토지 등 소유자 우선공급(200세대), 공공분양(960세대), 공공임대(1250세대)를 가정하고, 개발 뒤 분양수입에서 개발비용과 개발 전 토지·주택가격을 공제해 계산됐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건설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주택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노숙 전전할 수도...공공임대주택 입주토록 해야"
반면, 동자동 쪽방촌을 민간 주도로 개발할 경우,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 공공임대주택 156세대를 제외하면 총 2757억 원의 개발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토지 등 소유자 200세대는 2112억원(세대당 10억5609만원), 최초 분양자 1194세대는 644억원(세대당 5396만원)을 챙기고, 공공은 공공임대주택 156세대를 환수할 것으로 예상됐다.
민간 개발하면서 분양가상한제마저 적용하지 않게 된다면, 공공임대 156세대 환수 외에 개발이익 2757억원 토지 등 소유자 200 세대가 (세대당 13억7826만원) 챙기게 된다. 현재는 용산구 전체가 분양가상한제 지역이지만, 향후 주택 경기 하락 시 동자동 등을 핀셋 지정해 분양가상한제 지역에서 제외할 가능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이강훈 변호사(참여연대 실행위원)는 "윤석열 정부가 만약 민간 개발로 추진할 경우 공공임대주택 축소로 거주자들이 쫓겨나는 사태가 우려된다. 도심공공개발사업 후보지 상당수가 개발을 시도하다 무산되거나, 사업성이 낮아 개발이 진행되지 않았던 지역"이라며 "이런 지역들을 보면 가난한 사람들이 임대료가 저렴해 거주하는 경우가 많았다. 동자동 쪽방촌의 현재 거주 인원은 1000명이 넘는데, 이 중 70%가 세입자다. 공공임대주택에 가지 않으면 갈 데가 없는 분들"이라고 했다.
이어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진행하면 세입자들은 다른 열악한 거주지를 전전하거나 일부는 노숙에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며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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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민간개발 우려 "땅주인은 이익 10배, 세입자는 노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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