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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거리에 벗겨진 신발들... 150여명 생명 앗아간 핼러윈의 새벽

[현장] 좁은 경사로에 인파 몰려 '압사'...목격자들 "좁은 골목에 수백명씩 몰려도 통제 안 돼"

등록 2022.10.30 09:21수정 2022.10.3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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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핼러윈 축제가 열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29일 밤 10시22분경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150여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구급대원들이 참사 현장 부근 임시 안치소에서 사망자를 이송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위 골목이 압사사고가 발생한 현장.
핼러윈 축제가 열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29일 밤 10시22분경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150여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구급대원들이 참사 현장 부근 임시 안치소에서 사망자를 이송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위 골목이 압사사고가 발생한 현장.권우성
 
 핼러윈 축제가 열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29일 밤 10시22분경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150여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참사가 발생한 좁은 골목길 바닥에 사람들의 소지품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핼러윈 축제가 열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29일 밤 10시22분경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150여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참사가 발생한 좁은 골목길 바닥에 사람들의 소지품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권우성

29일 밤 서울 이태원 골목길에서 150여명이 압사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3년 만에 맞는 '야외 노마스크' 핼러윈 축제에 모여든 인파가 해밀턴 호텔 옆, 차량 두 대도 오가기 힘든 좁고 가파른 경사로에 몰리면서 대형 사고가 났다.

"발도 제대로 못 대고 붕 뜬 상태였다" 

증언을 종합하면, 당시 골목길은 인근 클럽과 상점들에서 나온 사람들로 꽉 차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경사로 위쪽에서 누군가 넘어지자 아래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밀려 넘어졌다.

당시 현장에서 벽 쪽에 붙어 있던 21세 여성은 "앞, 뒤, 양 옆이 모두 사람으로 막혀 발도 제대로 땅에 못 대고 붕 뜬 상태로 끼여있었다"라며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고 했다. 또 다른 20대 여성은 "거의 한 시간 동안 골목을 못 빠져나가니 뒤에서 미는 힘들이 있었다"라며 "사람들이 위에서부터 쓰러졌고 숨이 막혀 살려달라고 소리 질렀다. 사이렌도 들렸지만 구조하러 들어올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모로코 출신 마르완(24)씨는 "10분 간격으로 이태원에 지하철이 올 때마다 수백 명 이상의 사람들이 그 골목으로 몰려 들어가는데 현장에서 아무도 제대로 통제하는 사람이 없었다"라며 "경찰들도 차도 주변에만 있었지 골목 안쪽으로는 관리를 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고가 난 골목길은 이태원역 1번 출구 바로 앞이다. 마르완씨는 "3명의 한국 친구가 사망했다"라며 "모로코에서도 벌써 나에게 괜찮냐고 연락이 왔다. 이미 해외에서도 이 안타까운 일을 안다"고 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악된 외국인 사망자는 2명, 부상자는 15명이다.  

"골목에 몰려 드는데 통제 안했다"
 
 핼러윈 축제가 열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29일 밤 10시22분경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150여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현장에서 구급대원들이 부상자들을 돌보고 있다.
핼러윈 축제가 열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29일 밤 10시22분경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150여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현장에서 구급대원들이 부상자들을 돌보고 있다.권우성
 
구조 과정 땐 심정지 상태였던 피해자들이 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은 채 인근 도로에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골목길 건너편 식당에서 일하는 50대 종업원은 "수십 명이 차도에 쓰러져있는데 대부분 의식이 없는 것 같아 보였고, 얼굴까지 천으로 덮인 채 도로에 누워있는 사람들도 10명은 넘게 있었다"고 했다. 

심정지 환자들에 대한 조처가 논란이 되자 소방당국은 잠겨있던 주변 건물을 따고 들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습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신 수습에 쓰인 건물 관리자는 "내가 분명 문을 잠그고 집에 왔는데 방송에 사고가 났다면서 우리 건물 문이 열린 채로 나오길래 놀라서 와봤다"라며 "협조를 구했더라도 응했을 텐데 협조 과정이 없었다. 어떻게 문도 부수지 않고 건물을 열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30일 새벽 1시 30분께부터는 건물에서 줄줄이 시신들이 운구돼 나왔다. 파란 이불에 둘러싸인 채 들것에 실려 나오는 시신들은 특히 신발이 벗겨진 경우가 많았다. 소방 관계자는 "압사이기 때문에 신발이 날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골목길 주변에서 신발들이 여럿 보였다.

시신이 한 구씩 나올 때마다 이태원에서 가장 번잡한 해밀턴 호텔 도로는 적막에 빠졌다. 구급대의 요란한 빨간 불빛만 돌아갔다. 핼러윈 코스튬을 한 젊은이들은 조용히 삼각지나 한강진 쪽으로 무리 지어 빠져나갔다. 소방당국은 "사상자 대부분이 10대와 20대"라고 발표했다. 30일 오전 9시 현재 아직 정확한 사망자 인적 사항은 나오지 않았다.
   
 30일 새벽, 149명이 압사한 서울 이태원 골목길 주변에서 발견된 신발.
30일 새벽, 149명이 압사한 서울 이태원 골목길 주변에서 발견된 신발.김성욱
 
 30일 새벽, 149명이 압사한 서울 이태원 골목길 주변에서 발견된 신발.
30일 새벽, 149명이 압사한 서울 이태원 골목길 주변에서 발견된 신발.김성욱
 
#이태원 #압사 #핼러윈 #사망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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