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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민 생명권 수호' 강조한 윤 대통령, 지켜보겠다

세월호 유가족이 본 이태원 참사 ... 왜 '야만 공화국'은 여전한가

등록 2022.11.03 05:10수정 2022.11.0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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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박종대 시민기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단원고 박수현군의 아버지입니다. 박종대 시민기자는 이번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오마이뉴스>에 글을 보내며 아래와 같은 말을 전했습니다.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후 며칠이 지난 시점에 정부의 대응을 바라보면서 세월호 참사 때와 매우 닮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불행하지만 진상규명에 있어서도 세월호 참사를 따라올까봐 노파심에서 몇 자 적어 봤습니다. 부디 유가족들이 아픔을 이겨내고 진상 규명을 이루어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 주셨으면 합니다. 이태원 참사로 인해 억울하고 원통하게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편집자말]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앞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에서 내외국인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앞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에서 내외국인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권우성
 
나의 삶을 통째로 바꿨던 세월호 참사, 이와 일란성 쌍둥이처럼 닮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세월호 참사에선 탑승객 모두를 구조할 수 있었음에도 해경의 구조 방기로 304명이 희생됐다. 이태원 참사 또한, 사고 당일 오후 6시 34분께부터 시민들이 경찰에 도움을 청했지만 적정한 조치가 없어 무고한 청춘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아무리 뜯어보아도 다른 점을 찾을 수가 없다. "살려주세요, 배가 침몰하고 있어요"라고 했던 것이나 "압사당할 것 같다, 빨리 통제 좀 해달라"고 애원했던 것도 전혀 다르지 않았다. 

정부의 대응은 또 어떠한가? 정부는 희생자 신원이 모두 파악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신속한 사고 수습보다는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했다. 고개를 숙이며 입으로는 애도를 말했지만, 자리만 바뀌면 '우리는 최선을 다했으며, 할 만큼 했다'고 변명했다.

112신고 전화 통화 녹취록이 공개될 때까지 시간을 질질 끌며 공식적인 사과를 미루는 것까지도 역시도 세월호 참사 대응과 닮은 꼴이었다(참고로 박근혜씨는 참사 발생 한 달이 지난 2014년 5월 19일이 돼서야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악어의 눈물을 흘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과를 했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세월호 참사 때처럼 '피해자들이 가지 말아야 할 장소에 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본질을 변질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심지어 정부에게 쏟아질 비난을 방어하기 위해 유병언 같은 희생양을 만들어 국민의 시선을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다시 국정원과 국군방첩사령부(옛 국군기무사령부), 정보 경찰을 활용하여 유가족을 사찰 또는 미행하면서 불법 정보를 수집해 정권 유지 계획을 수립할 수도 있고, 일베 이용자나 보수 관변단체 등을 동원하여 SNS와 대규모 집회를 통해 유가족을 욕보이고 조롱할 수도 있다. 

'(압사 참사 당시 시민들을 밀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토끼 머리띠 남성들을 수사기관이 추적하고 있다'는 소식이나, '경찰청이 이태원 참사 이틀 뒤 시민단체와 언론, 여론 동향을 수집해 정리했다'(11월 1일 SBS 보도)는 등의 뉴스가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이미 이런 흐름은 '진행 중'이라고 봐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다. 


국가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최악의 참사는 왜 발생한 것이며, 과연 예방은 불가능했을까?


세월호 참사와 달리 전문가들이 말하는 이태원 참사의 발생 원인과 예방 대책은 의외로 단순하다.

전문가들은 사고 당시 ▲ 이태원 메인도로 통제 ▲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을 지나는 열차 무정차 통과 ▲폴리스 라인 설치와 일방통행로 지정 ▲집회 참가자 동선 통제 ▲질서유지를 위한 경찰 안전요원 배치 등의 조치를 취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모두 과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규모 행사 때 일부 취했던 조치였고, 참사 당일에도 손쉽게 할 수 있는 조치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참사에서 이 단순한 조치는 없었다. 용산구청은 지난 10월 26일과 27일  관련 회의는 개최했지만, 정작 '대규모 인원 밀집에 대비한 안전 대책'은 수립하지 않았다. 사고 당일 오후 6시 34분께부터 시민들은 112신고 전화로 "압사당할 것 같다"는 내용을 포함해 총 11차례 신고했지만, 경찰은 합리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행안부장관 이상민은 참사 초기 "그전과 비교할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었다",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얘기가 있는데 통상과 달리 소방, 경찰 인력을 미리 배치하는 걸로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걸로 파악하고 있다"는 등 날마다 새로운 망발을 쏟아 냈다. 많은 국민들이 분노했음에도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했고, 대통령실은 오히려 이상민 장관을 옹호했다. 

사후 조치도 상식과 수준 이하였다. 여당인 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장 정진석은 "지금은 추궁의 시간이라기보다는 추모의 시간, 슬픔을 나누고 기도해야 할 시간"이란 명분으로 추모를 제외한 책임 논쟁은 회피했다. 대통령도 "함께 슬퍼하고 위로해야 할 국가의 애도 기간"이란 이유로 출근길 문답을 중단하면서 곤란한 질문은 아예 피했다.

반면 정부는 '참사와 희생자, 피해자'란 용어 사용 대신 '사고와 사망자, 부상자'로 부를 것을 강요했다. 합동 분향소엔 영정과 위패는 생략하고, 심지어 '글자 없는 검은색 리본을 착용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 경찰통제선이 설치되어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된 가운데, 참사 현장 인근 한 상인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촛불, 배, 감, 밥, 국 등으로 차려진 제사상을 내놓았다.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 경찰통제선이 설치되어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된 가운데, 참사 현장 인근 한 상인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촛불, 배, 감, 밥, 국 등으로 차려진 제사상을 내놓았다.권우성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 ①항이 규정한 경찰관의 "위험 발생 방지 의무"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4조 "국가 등의 책무", '도로교통법' 6조와 7조를 특별히 논하지 않더라도, 초등학교 고학년 사회책만 제대로 읽었어도 이 사건의 책임은 국가에 있다는 사실 정도는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한결같이 "주최가 없다", "매뉴얼이 없다"고 하면서 그 누구의 책임도 없는 것처럼 주장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 및 '공연·행사장 안전매뉴얼'의 내용은 자치단체와 경찰 그리고 소방 등이 행사의 계획단계부터 실행, 마무리 단계에 이르기까지, 잘 '점검하고 관리하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들의 주장과 같이 이번 이태원의 경우처럼 '주최'가 없다면 오히려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국민이 이 나라에 세금을 납부하고, 권한을 위임한 것은 그때 그 장소에 위험이 닥치더라도 국가만큼은 확실하게 자신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사고 발생 장소는 국가가 출입 금지 구역으로 지정한 곳이 아니며, 국가 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도 아니었다.

이미 며칠 전부터 최대 인파가 운집(雲集)할 것이란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었고, 경찰 또한 10만 명 이상 모일 것을 예측한 상태였다. 게다가 반복해서 말하지만, 사고 당일 오후 6시 34분께부터 시민들이 112신고 전화로 위험한 상황을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에 국가는 사후 조치라도 제대로 했어야만 했다.

윤석열 정부는 공정과 상식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이 시점에서 같은 참사를 먼저 경험한 유가족이 걱정할 수밖에 없는 한 가지가 있다. 유가족과 많은 국민이 바라는 소망은 '참사의 발생 원인이 온전하게 밝혀지고 관련된 책임자를 모두 처벌하는 것'이 전부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유가족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 추모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한 치유약이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얼굴에 철판을 깔고 조직적으로 집요하게 이것을 방해한다면, 또다시 세월호 참사 때처럼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 사건의 진상규명은 어려운 공학적 접근이 필요한 전문적 영역이 아니고, 복잡한 수학 공식을 쓸 필요도 없다. 충분한 목격자와 증거가 확보돼 있으므로 국가가 의도적으로 증거를 조작하고 삭제하지 않는다면 최단 시간 내에 범죄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누군가 투명하게 수사에 착수한다면 진실을 못 밝힐 이유가 없다. 

하지만 행안부 장관과 서울특별시장, 용산구청장, 경찰 수뇌부(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 용산경찰서장 등)의 책임이 짙은 사건이기 때문에 순순히 증거를 제시하지 않을 수도 있단 우려가 든다. 오히려 이미 112신고 전화 녹취록이 공개되었으므로 실무자를 중심으로 또다시 꼬리 자르기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표면상으로 윤석열 정부는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을 국정 목표로 정하고 출범했다. 특히 최근에는 '탈북 어민 강제 북송'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재수사하는 등 자국민 생명권 수호에 특별한 관심을 표명했다. 

전쟁 상황도 아니고 건물이 무너지거나 땅이 꺼진 것도 아닌, 서울 도심 도로 한복판에서 156명(2일 기준)의 청춘이 희생된 사건이다. 정상적인 대통령이라면, 이 참사를 경하게 처벌하지는 못할 것이다. 솔직하게 사과하고 읍참마속(泣斬馬謖) 할 것을 권고한다.

악어의 눈물만은 흘리지 말라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 국무위원들과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 국무위원들과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이희훈
 
지난 1일 행안부 장관과 용산 구청장, 서울시장은 입을 맞춘 듯 같은 날 사과를 했지만, 진상규명에 대한 협조는 명확하게 약속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측도 윤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현재는 사고원인 규명에 주력할 때"라고 답했지만 정작 구체적인 진상규명 방법과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들이 스스로 정한 애도 기간이 끝나면 "아직도 이태원 사고?"라는 여론을 만들고, 시간이 더 지나면 '이미 다 밝혀졌다'며 딴청을 부릴까 두렵다. 아주 분위기 안 좋아지고,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되어야 박근혜씨처럼 눈물 찔끔 짜면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약속하고, 덤으로 특검과 특조위도 실시하자고 역제안할 것이다. 마치 큰 결단을 한 것처럼. 하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모든 것을 검찰과 경찰이 알아서 진행할 것이라고 버틸 것이다.

유가족이 특검을 요구하고 야당이 국회 국조특위와 청문회를 주장하지 않는 한 저들은 절대 진실을 세상에 공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것들은 나의 기우일 수도 있지만, 모든 희생자의 장례식이 끝나고 성난 민심이 조금이라도 가라앉으면 가장 먼저 펼쳐질 그림들이다.

참사가 발생한 장소는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고, 우리 아이들도 갈 수 있었던 장소였다. 또한 희생자들은 우리의 손자, 손녀였고 자녀였으며 형제 자매였고 부모였다. 그런데도 몰지각한 일부 시민들이 벌써 악성 댓글을 달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세월호 참사 때와 닮아도 너무 닮았다'는 탄식과 여전히 '야만 공화국에 살고 있구나' 하는 자괴감이 뼛속까지 밀려온다.

성숙한 시민들만이라도 희생자의 가족들이 뼈를 깎는 아픔을 이겨내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많은 배려와 지원을 했으면 좋겠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윤석열 대통령 #이상민 장관 #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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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범한 회사원 입니다. 생각이 뚜렷하고요. 무척 객관적이라 생각합니다.


이 기사는 연재 이태원 압사 참사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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