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륜사에서 주지스님과 차담스님들과 명상가들이 모여서 차를 마시고 있다.
현안스님
좋은 차에는 좋은 영양소가 많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차를 마시면 몸속 기혈의 순환을 돕습니다. 어떤 차는 효과가 너무 좋아서, 마시자마자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차를 마시면서 열감이 느껴져서 땀이 나거나, 기혈이 잘 순환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녹차나 우롱차는 찬 성질이 있습니다. 종일 좌선을 집중적으로 하면 몸에서 열이 발생하는데, 그때는 이런 찬 성질의 차를 마시면 좋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커피를 선호합니다. 커피는 더 강렬하고 빠르게 각성효과를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커피와 설탕은 강렬한 각성 효과를 준 후 기운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무기력감을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반면에 차를 마시면 서서히 잠에서 깨도록 해주면서, 그런 무기력감은 없습니다.
명상을 집중적으로 온종일 하는 경우 변비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때 잘 숙성된 보이차나 신선하고 좋은 녹차를 음용하면 배변에 도움을 줍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명상하는 이들에게 차는 매우 이롭습니다.
하지만 순수하게 선을 수행하는 사람 즉 전문적 명상가는 차의 맛과 향을 음미하는 행위를 명상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우리가 명상하는 이유는 선정의 힘을 키우기 위함입니다. 선정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감각 기관을 통해서 들어오는 소리, 맛, 냄새 등을 따라서 밖으로 달려나가는 마음을 단속해야 합니다. 그래야 효과적으로 생각을 멈추고, 삼매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차의 맛과 향에 집중하는 명상법은 단기적, 일시적으로 좋을 수 있겠지만, 여러분이 명상을 진지하게 여기고, 명상으로 더 큰 발전을 원한다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감각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일은 명상에서 원하는 것과는 반대입니다. 그러므로 명상하는 방법으로 차의 향과 맛을 느끼는데 집중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바른 명상이란 명상 주제 즉 호흡, 염불, 화두 등에 마음을 모으고, 다른 생각이 일어날 때 그것에 반응하지 않는 것입니다. 차라리 가부좌로 앉아서 다리의 불편함과 아픔을 참으세요.
매일 조금씩 시간을 늘리면서 더 오래 앉는 연습을 하는 것이 낫습니다. 명상하던 도중 '음... 향기로운 녹차 한잔하고 싶다!', '보이차가 가격이 얼마나 할까?', '기분이 더 좋은 명상법은 없을까?' 이런 생각들이 올라오면 그냥 무시하십시오.
명상은 원래 힘든 일입니다.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려면, 명상에서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갈고 닦으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니 명상할 때에는 열심히 갈고 닦고, 그런 후 즐거운 휴식 시간을 갖고, 차를 음미하세요. 그때 차의 향과 맛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습니다. 좋은 선생님으로부터 바른 명상법을 배워서 수련한다면, 여러분은 예전보다 차를 훨씬 더 잘 즐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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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위산사에서 영화스님의 제자로 출가했고, 현재 분당 보라선원에서 정진하며 선 명상과 대승불교를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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