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31일 경찰청 정보분석과에서 작성된 '정책 참고 자료' 중 일부 갈무리
SBS 보도
경찰 개혁을 위해 노력해온 시민사회에서는 해당 문건에 포함된 정보들이 경찰 직무집행법 시행령에 규정된 정보 수집 범위를 벗어났다며 '현행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관련 법은 경찰관 직무집행법과 지난해 제정된 '경찰관의 정보수집 및 처리 등에 관한 규정' 시행령이다. 직무집행법은 "경찰관은 범죄·재난·공공갈등 등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을 위한 정보의 수집·작성·배포"(8조의2)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행령 3조는 수집할 수 있는 정보 범위를 9개 항목으로 제한했다. ▲범죄 예방·대응 ▲수형자 등의 재범방지 및 피해자 보호 ▲방첩·대테러 활동 ▲재난·안전사고로부터 국민 안전 확보 ▲집회·시위 등 다중운집에 따른 질서·안전 유지 ▲국민 생명·재산 보호와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 예방 및 대응에 관한 정책 ▲도로 교통 소통 ▲공공기관장이 요청한 신원조사 및 사실확인 등이다.
이창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센터)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찰청 문건에 수집된 정보는 위 9개 항목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정보"라며 "현행법상 위반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시민단체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세월호 유족들 동향은 어떤지, 대통령이나 행정안전부가 어떻게 브리핑을 해야 하는지, 이태원 참사 유족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건 경찰의 업무가 아니다"라며 "문건 내용은 법에 근거하지 않은 정보수집, 즉 사찰인 게 명확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건엔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보조하고 뒷받침하기 위한 정보를 담았는데 경찰은 치안·안전 대책 등 경찰 활동과 관련한 정보를 모으는 기관이지 국정운영 지원기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합법적 정보 수집이라고 하지만...
경찰청은 문건 내용에 대해 현행법 위반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정보분석과 관계자는 9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법에 부합하는 정보활동이고 재난·안전사고와 관련해 작성된 정보"라며 "구체적으로는 시행령 3조 5~7호에 다 해당된다"고 밝혔다.
문건 내용은 재난·안전사고로부터 국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정보(5호), 집회·시위 등 다중운집에 따른 질서·안전 유지에 필요한 정보(6호), 국민 생명·재산 보호와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 예방 및 대응에 관한 정책에 관한 정보(7호)라는 것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창민 변호사는 "경찰은 (7호의) '정책 정보'도 시행령에 정보 수집 대상으로 정해져 있다고 주장하나 이것도 명확히 경찰 업무와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며 "핼러윈 때 이태원에 항상 인파가 모인다면, 인파가 얼마나 모이고 경찰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기동대를 얼마나 투입해야 하는지, 이런 게 경찰의 정책정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 내에서도 문제제기가 나온다. 경감 계급의 A 경찰관은 "사실 정보경찰은 법령 자체가 미비한 상태에서 아무거나 다 해도 된다는 식으로 해온 게 있었고 그래서 사찰 문제가 계속 나왔던 것"이라며 "작년에야 처음 경찰이 정보 수집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하는 규칙을 만들었는데 딱 봐도 문건은 시행령 규정에 안 맞는다"라고 밝혔다.
정보과 경험이 있는 B 경찰관도 "해당 문건은 여러 사람이 올려놓은 정보를 한 사람이 취합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내용상 시행령 위반이 맞다"고 말했다.
경찰 개혁 더딘데...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커지는 정보경찰 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