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털알락나방 암수.사철나무에 산란하며 자기 몸의 털을 뽑아 알을 덮는다.
이상헌
노랑털알락나방은 노박덩굴과(사철나무, 화살나무, 회잎나무 등) 잎을 먹고 자란다. 볕이 좋은 10월이면 수십여 마리의 암수가 춤을 추며 사철나무에 모여 짝짓기를 한다. 암놈은 노랑색의 알을 낳으며 보온을 위해 자기몸의 털을 뽑아 덮는다. 후대를 남기려는 노력은 주변의 위험에는 아랑곳하지 않으므로 느긋하게 지켜볼 수 있다.
수컷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암놈이 산란하는 광경을 지키고 있다. 다른 수놈과의 짝짓기를 막아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려는 이기적인 행위다. 암수의 차이는 거의 없으며 수컷의 더듬이는 암놈이 풍기는 페로몬을 쉽게 탐지하기 위해 생선뼈 모양으로 크고 화려하다. 산란이 끝나면 어미는 볼품없이 서서히 말라 죽어간다.
염기성 독극물을 먹는 뒤흰띠알락나방
검푸른 날개 중간쯤에 흰색의 줄무늬가 있는 뒤흰띠알락나방은 한 여름에 성충이 된다. 애벌레의 먹이식물은 노린재나무인데 잎을 태워 만든 '잿물이 노랗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한자로는 황회(黃灰)라고 적었으며 예로부터 옷감을 염색하는 용매로 쓰였다.
잿물은 말 그대로 '재에 물을 부어 나트륨이나 칼륨 같은 알칼리성 성분을 녹여낸 것'을 말한다. 우리 조상님들은 잿물을 졸여서 여러 가지 용도로 활용했다. 서양식 비누가 대중화 되기 전에는 집집마다 세제를 만들어 썼다. 잿물을 가마솥에 끓이면 시커먼 덩어리로 뭉쳐지는데 이것을 말려서 비누 대용으로 이용했다.
또한 도자기를 빚을 때 유약으로 사용했으며 옷감을 염색할 때에도 써먹었다. 시멘트의 옛말이 '양회'이듯이 서양에서 들어온 잿물을 양잿물(수산화 나트륨)이라고 부르며 독성이 강해 살갗에 닿으면 물집이 생기고 옷감을 손상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