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프로그램 당시 발표하는 나의 모습
김경준
이상을 꿈꾸는 역사학도
무더웠던 7월의 어느 날, 신촌의 한 중국찻집에서 나의 삶을 듣고 정리할 서술자 '이리스'(별명)와 마주 앉았다. 그는 내가 편안한 분위기에서 내 삶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인터뷰 장소와 시간을 모두 내 선택에 맡겼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는 내 말이 끝날 때까지 경청하면서 적극적으로 나의 감정에 공감하고 호응해줬다. 그 섬세한 배려에 내 마음 속의 빗장도 바로 풀렸다. 흥이 올라 실컷 떠들었다. 어느 순간 지극히 개인적인 고민들(진로 및 연애 문제)까지도 솔직하게 쏟아냈다.
이순신·안중근과 같은 영웅을 동경하여 사학과에 진학하게 된 사연, 졸업 후 취직한 첫 직장(출판사)에서 적성에 맞지 않는 책을 만들다 '현타'가 오는 바람에 퇴사한 일, 뒤늦게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발굴하겠다는 목표를 품고 대학원에 진학한 끝에 마침내 석사 논문을 완성했을 때의 희열, 그러나 졸업 후 마주한 취업시장의 암울한 현실과 등록금 문제로 박사 과정 진학을 망설이는 현실까지. 그렇게 이리스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내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줬다.
가을에 들어선 10월의 어느 날, 이리스에게서 카톡 메시지가 왔다. '이상을 꿈꾸는 역사학도'라는 제목을 달아 내 이야기를 정리한 뒤 원고를 넘겼다고. 그렇게 내 이야기가 담긴 책이 세상에 나왔다.
"송헌은 역사를 연구하는 삶이 즐겁고, 그 삶에 자부심이 있다. 그러나 그 삶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어딘가에 채용이 되거나 자신의 공부가 '쓰임'이 있어야 한다. 현재 그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취업이다. 취직하려 백방으로 노력해도 여의치가 않다. 매일 채용 공고를 살펴보지만 채용 인원은 기껏해야 한두 명이다. 그럼에도 구인공고의 조회수는 수천 회에 달한다." -78~79쪽
"송헌에게 있어 사적인 삶과 공적인 삶은 불가분의 관계다. 그는 자신을 민족주의적 이상주의자라고 표현했다. 그가 꿈꾸는 이상은 개인적인 측면을 넘어 민족적 이상이다. 그가 실현하고 싶은 이상의 구체적 내용을 물었더니 '대한민국의 자주독립'이라고 했다." -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