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의 자유상자
뜨인 돌
이 그림과 함께 한 첫 번째 질문, 그렇다면 '자유'란 무엇인가? 나의 우문에 '세상에 대한 시야가 넓어지는 게 자유'라는 현답이 돌아왔다. 어른들과 함께 한 그림책 수업의 묘미이다. '답정너'가 아니라, 하나의 그림책을 매개로 저마다 살아온 삶의 이력을 바탕으로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 병중의 주인님은 헨리를 불러 말한다. '너는 좋은 일꾼이야, 헨리. 너를 내 아들에게 주겠어. ...... 복종해야 하고, 절대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헨리는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거짓말을 하면 안 되니까. 친절하신 주인님, 하지만 헨리 엄마는 사람의 마음이 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나무에서 떨어지는 이파리들처럼 어린 노예들이 가족들과 헤어지는 일은 예사였다. 그들은 '노예'였으니까.
아프리카에 살던 그들이 화물선 짐칸에 켜켜이 실려 쿠바니, 미국이니 건너 온 상황은 이제 인터넷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근대 유럽에서는 세계 만국의 신기한 물건들을 전시한 '만국 박람회'가 열렸는데 그곳에 전시된 품목 중에 '흑인'이 있었다. 지금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이지만 흑인은 동등한 '인간'이 아니었다.
그런데 흑인만이었을까? 우리가 배운 역사에서 중세의 농노는 거주 이전의 자유가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결혼을 한 신부의 초야권을 영주가 가진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중세의 농노들은 '인간'이었을까? 이런 이야기를 나누자, 한 분이 말씀하셨다.
우리가 사극을 보면 양반집 아씨가 시집을 가면 늘 몸종이 함께 따라가곤 했는데, 이 그림책을 보니 그때 본 사극이 다른 관점에서 보인다고. 시집가는 아씨를 따라가야 하는 몸종과 이 그림책의 헨리가 무엇이 그리 다를까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