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에서 보는 풍경휠체어에 앉으니 보이는 풍경이 다르고 위치가 다르다.
김연순
휠체어에 앉자 보이는 풍경이 다르다. 서 있을 땐 허리춤 즈음에 있던 것들이 이제 바로 눈앞에 있다. 정신이 산만해지고 혼란스러웠다. 발이 부어 아직 통깁스를 못한 채 휠체어에 앉았는데 사람들은 그냥 발 앞으로 마구 다닌다. 부딪힐까 봐 너무 무서웠다. "어어 잠시만요" 해도, 공항이 시끄러워 그런지 잘 안들리나 보다.
특히 사람들이 트렁크를 밀며 바로 발 앞을 지날 때는 진짜 오싹했다. 아니, 다친 거 안 보이나? 정말 이상했다. 예전에 혹시 나도 그랬을까, 떠올렸다. 안 그랬을 것 같은데 어쩌면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안 보였을 수도 있었겠다 싶다.
휠체어 탄 채, 입국장을 지나 검색대를 통과했다. 노트북을 꺼내고 가방은 바구니에 담았다. 팔 벌리고 선 채 검색하는 것과는 달리 별도의 라인에서 앉은 채 몸 검색을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탑승구까지 가는 내내 항공사 직원이 휠체어 밀어주며 안내했다. 교통약자가 통과하는 별도의 라인이 있었고 빠르게 탑승구까지 갈 수 있었다. 교통약자 라인은 함께 간 지인들 모두에게도 해당되었다. 전에도 있었을텐데 그동안 몰랐다. 안 보였던 게다.
탑승시간이 되자 항공사는 휠체어 탄 사람을 가장 먼저 타게 했다. 연결통로를 이용해 비행기 앞까지 갔고 기내에서는 목발을 이용해 한 발만 디디며 좌석까지 갔다. 다행히 비교적 앞 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한 시간 남짓 지나 김포공항에 착륙했다. 사전에 설명을 듣긴 했는데 휠체어 승객은 가장 먼저 타고 가장 나중에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