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
애증의 정치클럽
- 사과하는 것만으로 선거를 이길 수 없다는 비판도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반성이라는 반석을 튼튼하게 한 다음에 비전을 얘기할 수 있어요. 선거에서 비전만 얘기하는 건 이전에도 민주당이 계속해왔던 방식이었거든요. 차별금지법도 사실 15년이 지난 민주당이 지키지 않은 큰 약속이죠. 갑자기 '앞으로 뭐 잘하겠습니다' 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과연 이 말을 믿으실까 싶어요. 지방선거에서 우리 당의 전략은 쇄신론이 아닌 견제론이었어요. '허니문 선거'에서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자는 거죠. 저는 견제론보다 쇄신론이 맞다고 생각을 했었던 것이고 그 점에서 제 생각과 당의 생각이 좀 달랐죠."
- 여의도 정치인이나 민주당이 밖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못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당대표에 출마한다고 하자, 국민 여론조사 지지율이 9% 가까이 나왔어요. 약 10명 중에서 3위였는데(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를 받아 지난 2022년 7월 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상대로 민주당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원 조사는 거의 꼴찌였죠.
제 지지도 뿐만 아니라, 일명 '검수완박' 강행 당시에도 당원들은 찬성률이 굉장히 높았지만 국민 여론조사는 좋지 않았어요. 검찰 개혁은 우리가 당연히 해결해야 할 아젠다지만, 이 시기에 이렇게 강행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하시는 분들이 더 많았던 거예요. 이 부분에 있어서 분명히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있다고 느꼈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중간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아야 선거에 이길 수 있는데, 민주당 적극 지지자들의 의견만 듣다 보니까 외연을 확장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여의도 바깥의 국민의 이야기를 들어야 된다고 말씀을 드렸던 것인데 그게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 계속 민주당 안에서 이 일을 해나가려고 하시는 이유에 대해 묻고 싶어요.
"민주당은 민주화를 이룬 정당이고, 계속해서 서민과 중산층 옆에서 아픈 목소리를 들어온 정당이에요. 그 당이 지금 길을 잃고 헤매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에 보탬이 되고 싶어요. 또 당적을 바꾸기에는 제가 있었던 기간이 너무 짧으니, 일단은 조금 더 있어보겠다는 거죠. 또 결국에 다당제를 이루는 것도 권력이 있는 이 양당 안에 있어야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정치'
- 지난 1년이 인생에서 가장 고된 시간이었다고 하셨는데요. 그럼에도 정치를 계속해야겠다고 다짐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추적단불꽃 활동할 때도 힘들었죠. 그래도 당시에는 가해자들에 대한 '분노'라는 동력으로 버틸 수 있었어요. 정치권에서 더 힘들었던 이유는, 제가 생각했던 정치의 이상이 무너졌기 때문이에요. 제가 디지털 성범죄자에게 공격을 받는다면 이해가 되겠는데, 우리 당 지지자들한테 공격을 받으니 굉장히 아프더라고요. 가족들을 모욕하고 신상을 터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럼에도 진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정치라고 믿기 때문에 계속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 정치인이 아닌 사람은 내가 원하는 정치를 위해서 투표 말고 어떤 걸 해볼 수 있을까요?
"할 수 있는 게 워낙 많아서요. 정치라고 하는 것 자체가 여의도에서 하는 것만이 정치가 아니잖아요? 우리 삶을 바꾸는 그 모든 역할이 저는 정치라고 봐요. 넓게 보면 제 추적단불꽃 활동도 정치의 일환이었고, 봉사활동이나 심지어 제가 생각하는 의제에 대한 독서 모임을 하는 것, 또 우리가 직접 정당에 가입해서 당원으로 목소리를 내거나, 국회의원들에게 의견을 전달한다다거나 하는 일들도 정치의 일환이죠. 더 나아가서는 시민참여조례나 시민자치회 같은 보다 직접적인 활동도 있고요.
연말이니만큼 보다 따뜻한 소식들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이대호 님도 여기
인터뷰 하셨었잖아요? 대호 님이 했던
'계단 뿌셔 클럽' 처럼, 이동에 제약이 있는 장애인분들을 위해 활동하는 일에 같이 참여를 해주셔도 너무 좋죠. 당장은 작은 일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일들부터 우리가 짧은 시간, 작은 노력이라도 들여서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삭막해졌을까를 생각을 해보면 각자 자기가 피해자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내 삶이 안녕하지 않은데 내 타인의 안녕을 바라긴 힘들죠. 당장 내 밥벌이가 중요한데, 난민이나 이주 노동자 이야기, 기후위기, 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조금 더 타인을 위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각자를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점에서 최소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국가의 역할이 더욱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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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이 민주당에서 '정치'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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