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8일 밤 폭우로 인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빌라 반지하에 살던 모녀(47, 13)와 발달장애인(48) 세 식구가 숨졌다. 9일 반지하 집 앞에 널브러져있던 토끼 인형.
김성욱
카메라의 발명은 세상에 없던 시각을 사람들에게 선사했다. '높은 고도에서 내려다보는 시각'도 카메라가 창출해낸 새로운 시야다. 이때 흥미로운 점은, 시각-카메라의 고도는 보는 사람의 권력을 뜻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수직적인 방향으로 벌어진 거리는 필연적으로 정보의 불균형을 수반한다. 높은 곳은 낮은 곳의 사람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으나 반대는 그러기가 어렵다.
그래서 왕은 항상 단상 위 왕좌에 앉는 반면 신하는 고개를 조아린다. 봄과 보임의 관계에서, 보는 자는 보이는 자보다 높은 위계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 고도의 차이가 극한으로 벌어질 때 '폭격기의 시선'이 등장한다. 폭격기 조종사에게는 지상의 사람들의 삶이, 현실이 그저 하나의 덩어리지고 아득한 '풍경'으로 보인다. 그들이 핵을 투하할 수 있는 이유는 수직적 거리가 만들어내는 현실의 '추상성' 때문이다.
말을 '투하'하는 정치인들, 그 공감능력의 부재
몇몇 정치인들의 말을 들을 때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또 말을 투하하고 있네...' 하는 생각 말이다. 이를테면 화물차주들의 생존권 투쟁을 "북한의 핵 위협과 마찬가지"로 치부하는 말, "일주일에 120시간 바짝 일해야한다"는 말,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은 없다"는 말과 "경찰 배치로 해결됐을 문제는 아니"라던 망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