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4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가로·세로· 높이 1m의 철 구조물을 안에서 용접해 자신을 스스로 가둔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금속노조 선전홍보실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지난 여름 조선소 맨 밑바닥에서 유최안이 토해낸 울분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20년차 용접공, 대우조선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인 그는 10년 넘게 일해도 최저임금에 머무는 하청 처우를 개선하라며 한여름 절절 끓는 거제도 옥포조선소 1도크 바닥에 스스로 몸을 가뒀다.
원청이 하청 파업을 무력으로 진압하자 이에 저항, 가로·세로·높이 1m 크기 철제 감옥에 들어가 제 손으로 출입구를 용접해 막았다. 그 0.3평 철창 안에서 31일을 버텼다. 키 178cm인 그가 앉아 얼굴도 다 못 드는 공간이었다. 파업이 길어지자 정부는 공권력 투입을 거론했다. 후에 그는 "당시 죽음도 생각했었다"고 고백했다.
그가 영하 10℃ 한겨울 추위에 벌써 28일째 단식 농성을 하다 27일 결국 병원으로 실려갔다. 51일간의 여름 파업이 끝난 뒤 대우조선이 그를 비롯한 하청 노동자들에게 무려 47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걸었다. 그는 이것이 "하청이라고 무시하고, 인간 새끼로도 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회에 노조법 2·3조 개정, 일명 '노란봉투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비정규직·하청·특수고용 노동자들도 차별 없이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하고(노조법 2조),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배·가압류를 제한하자는(노조법 3조) 것이다. 애초에 대우조선 하청 파업이 '불법'이 된 것도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에 교섭을 요구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법 개정 목소리가 나온 지는 이미 20년 됐다.
<오마이뉴스>는 올해의 인물로 유 부지회장을 선정했다. 병원으로 옮겨지기 전인 지난 22일 만난 그는 눈에 띄게 말라가고 있었다. 농성 초기 "어쩔 수 없이 회사에 '가족돌봄휴가' 쓰고 서울 올라왔는데, 저 아마 잘릴 것 같아요"라며 어이 없을 만큼 해맑게 웃던 그는 당시 "체력이 좀 떨어지고 현기증이 난다"고 했다. 전에 안 보였던 새치들까지 비죽비죽 무성하게 올라와 있었다. 한파에 입이 언 그가 반문했다.
"어차피 하청은 누구 하나 죽는다고 신경이나 쓰나요?"
"나는 이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