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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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송년회는 거의 대부분 저녁 시간으로 잡았던 데에 비해, 이제는 내가 나이가 들어서 인지 혹은 시간을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점심 송년회도 제법 잡혔다.
물론 코로나 이후 잡는 약속은 저녁이 됐든 점심이 됐든 리쌍의 노래
'우리 지금 만나'(Feat. 장기하와 얼굴들)처럼 일단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가 주 목적이기 때문에 모두가 가능한 시간을 찾다 보니 그렇게 됐을 수도 있다. 명색이 송년회이니 물론 낮술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점심 시간의 송년회는 대부분 암묵적으로 술을 마시지 않아도 돼서 좋은 점도 있다.
저녁 시간의 송년회는 주로 술에 곁들이기 좋은 안주 맛집이 대세가 된다. 뷔페를 가기도 하고, 유명한 고깃집을 가기도 한다. 스테이크를 썰러 가는 모임도 있지만, 편한 지인들을 만날 때에는 요즘 '핫하다'는 삼겹살 집이나 계절이 계절이니 만큼 회나 해산물(석화구이! 대방어!)을 선택하기도 한다. 거나하게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이 저녁 시간 송년회의 주목적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간결하면서도 꽉찬 점심 모임
점심 시간의 송년회는 생각보다 단출하게 지낼 수밖에 없다. 점심 시간은 한정 되어 있고, 대부분은 다음 일정이 또 있기 때문에 마냥 늘어지는 송년회를 하기가 어렵다. 심지어 요즘은 웬만한 식당들은 브레이크 타임(식재료를 손질하며 점심과 저녁 사이에 잠시 휴식을 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기도 하다.
메뉴 선정에 있어서도 아무래도 제한적이다. 고기를 굽는 식당들 중에는 점심 장사를 안 하는 곳들이 많고, 흔히 말하는 회식 하기에 좋은 식당들 중에도 마찬가지로 저녁에만 문을 여는 곳들이 많이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점심 송년회 메뉴는 파스타류로 한정 되는 듯하지만, 사실 조금만 더 찾아보면 색다른 분위기의 음식점에서의 송년회도 가능하다. 저녁보다 메뉴 제약은 있지만 오히려 고기나 회로 점철되는 저녁 송년회 보다 더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게 되어서 더 특별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추운 날씨에 따뜻한 동남아로 여행은 떠나지 못하더라도 동남아 여행을 추억하거나 이국적인 분위기를 흠뻑 느낄 수 있는 태국 음식점이나 베트남 음식점은 어떨까? 이열치열인건지 뜨거운 국물 요리도 제법 있는 더운 나라의 메뉴들을 골라서 먹으면 추운 날씨에도 제법 잘 어울리는 한 상이 금세 차려진다.
흡사 우리나라의 김치찌개처럼 달고 시고 매운 똠얌꿍(새우와 각종 향신료로 맛을 낸 태국식 국물 요리) 한 그릇을 먹으면 추위에 얼어붙었던 속이 사르륵 녹아내린다. 여기에 뿌빳퐁 커리(소프트쉘 크랩을 튀겨서 만든 카레 요리)나 팟타이(태국식 볶음 쌀국수)를 시켜두고 한국의 무생채를 떠올리게 하는 쏨땀(매콤새콤하게 무쳐서 나오는 그린파파야 샐러드) 한 접시면 푸짐한 식탁이 완성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