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영취산 자락에 있는 고 신영복 선생 묘소.
윤성효
임인년(2022년) 마지막 날인 31일 '더불어 숲'을 찾아 산을 올랐다. 경남 창원에서 종교·시민운동·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인사들이 평소 그리워하던 신영복(1941~2016) 선생의 묘소를 참배하고 새해에 '더불어 깊은 숲'을 다짐한 것이다.
배진구 신부(천주교), 공명탁 목사(기독교)와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 김유철 시인, 장순향 전 한양대 교수(무용), 노경석 전교조 경남지부장, 김숙연 열린사회희망연대 공동대표가 참여했다.
신영복 선생의 묘소는 밀양시 무안면 소재 영취산 자락에 있다. 양지바른 곳에 자리한 무덤은 이날 햇볕이 내리쬐면서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더구나 소나무 숲 사이에 있어 솔내음이 무덤까지 스며들 것 같았다.
임도를 따라갈 수 있는 '묘소 가는 길'은 안내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팻말은 '신영복 교수 묘소'로 되어 있었고, 일정한 간격으로 있어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묘소 입구에는 '더불어 숲'이라고 새겨진 돌이 있다. 조부의 묘소 옆에 수목장으로 안장된 신영복 선생은 어린아이 양팔 넓이의 큰돌 아래에 묻혀 있다. 큰돌에는 그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그 큰돌 주변으로 작은 돌들이 선생을 그리워하며 여러 사람이 쓴 글이 새겨진 채 놓여 있다.
또 누군가, 그것도 최근에 다녀간 흔적들이 있었다. 주변에 선생을 추모하며 놓고 간 꽃다발과 화분이 놓여 있었다.
지난 6월 다녀갔던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쓴 "우리 학교가 더불어 숲이 되도록 애쓰겠습니다"는 돌과 함께 누군가 써놓은 "평화가 길입니다", "아름다운 동행", "존경하는 선생님 감사합니다"는 글도 있었다.
고인은 의령에서 태어나 밀양에서 초·중학교를 나왔고, 부산상고에 이어 서울대(경제학)를 나왔다. 육군사관학교 경제학과 교수였던 선생은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선생은 생전에 많은 책을 냈다. 그는 20년 20일을 감옥에서 보내며 했던 생각을 기록한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펴냈고, 1988년 출소 뒤 성공회대 교수로 있으면서 책 <강의>, <담론>, <더불어 숲>, <나무야 나무야> 등을 펴낸 사상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