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배가 못들어올 정도로 무성했던 잘피숲물고기 산란지이지 치어 서식지인 잘피숲은 어민들에게 보물과 같았다. 예전엔 작은 배가 포구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잘피를 잘라내야 할 정도로 번성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포구 주변에선 거의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정해환
더욱이 기후위기 시대 잘피숲은 중요한 탄소 흡수원이다. 육상 탄소 흡수 식물을 '녹색 탄소'(그린카본, Green Carbon)라고 하고, 잘피숲, 염습지 식물, 맹그로브 등 해양 탄소 흡수 식물은 '푸른 탄소'(블루카본, Blue Carbon)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맹그로브는 없고 염습지는 극히 일부만 있기에 대부분 잘피숲이 블루카본 역할을 한다.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은 2009년 블루카본이 육상 생태계보다 최대 50배 이상의 탄소 흡수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했다. 잘피 등이 있는 연안 생태계의 해저 면적은 0.5%에 불과하지만, 해양 탄소저장량의 70%까지 담당한다. 그에 따라 잘피숲은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풍성하고 깨끗한, 그리고 건강한 바다와 하나뿐인 지구를 위해 중요한 존재가 바로 바다숲, 즉 잘피숲이다.
잘피는 'Seagrass'라는 영어 명칭처럼 '바다에서 자라는 풀(해초)'의 총칭이다.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지구상 해초류 대부분은 열대지방에 사는데 온대 해역에 속하는 우리나라엔 거머리말, 애기거머리말 등 9종이 있다. 9종 중 6종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우리나라 연안 잘피의 80%는 거머리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