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마오성 앞의 국기들
Widerstand
홍마오 성 앞에는 이 곳을 거쳐간 많은 나라들의 국기가 걸려 있습니다. 스페인, 네덜란드, 정씨왕조, 청나라, 일본, 영국, 호주, 미국. 그리고 마지막에 걸린 국기는 역시 중화민국의 국기입니다. 막상 이렇게 같은 곳에 이들 국가를 나열하고 나니, 중화민국도 타이완 섬에게는 다른 국가와 같은 일시적인 지배자일 뿐이지 않은가 하는 느낌이 분명하게 와닿았습니다.
중화민국에게 이 섬은 탈출해야 하는 섬이었을 것입니다. 어서 대륙을 수복하기 위해 잠시 거쳐가는 곳이었을 것입니다. 지금은 다음을 도모하는 일시적인 때이고, 그래서 지금의 고통과 억압은 잠시 견뎌내야 한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계엄령을 선포하고, 헌법의 효력을 정지하고, 선거를 치르지 않으면서도 그것이 옳다고 믿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 섬을 삶의 터전으로 여긴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잠시 거쳐가는 곳이 아니라, 발 붙이고 사는 현실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이 섬은 탈출해야 할 곳이 아닌, 무엇보다 아름다운 섬이었습니다.
처음 타이완 섬에 닿은 포르투갈인들은 이 섬을 '일라 포르모사(Ihla Formosa)'라고 칭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섬'이라는 의미입니다. 이것을 줄여서 '포르모사'라고만 부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포르투갈어를 중국어로 번역해 '미려도(美麗島, 메이리다오)'라고 말하기도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