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드재킷의 바이어스 시접
최혜선
연말 연휴기간 동안 천천히 옷을 완성해갔다. 시접을 감싼 바이어스 천은 얇아서 재단을 하기도 어렵고 다림질을 한다고 납작하게 드러눕지 않아서 바느질을 한 후 바이어스를 잘 싸기도 까다롭다.
그래도 하늘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웅얼웅얼 입으로 읊으며 박아나갔다. 이때 함께 할 드라마는 너무 재미가 있어서 바느질을 멈추게 만들지도, 너무 재미가 없어서 지루하지도 않을 것이 적당하다.(그런 드라마 고르느라 또 고민을 한다는 게 함정.)
멈춘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기
명품 브랜드의 수백만원짜리 트위드 재킷처럼 소름 끼치도록 모든 절개선의 무늬가 딱딱 맞아 떨어지지는 않지만 옷이 무사히 완성되었다. 옷을 걸어놓고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이 패턴을 사던 몇 년 전의 내가 떠올랐다. 절개선이 너무 많다고 두려워서 재단을 할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그러던 내가 손은 많이 가도 만들기가 어렵지는 않다며 너끈히 만들 수 있게 되었구나 싶어 뿌듯했다.
이 재킷은 따뜻한 봄이 오고 이 옷에 잘 맞는 하의를 만들어야 비로소 입을 수 있을 테다. 만들어서 바로 입는 보람도 좋지만 이번 겨울에는 이 옷에 어울릴 하의로 무엇이 좋을까 행복한 궁리하며 보내기로 했다. 뱃살을 없앨 운동도 빼놓을 수 없다.
굳이 살을 빼지 않아도 코디를 완성해 줄 하의 디자인을 찾는게 먼저일지 정직하고 고통스럽게 몸을 만드는 게 정답일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모르겠을 땐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는 거라고 배웠다.
작년에 결심했다가 결실을 보지 못하고 내버려둔 목표가 있다면 이제라도 코스 중간에서 출발하는 어드밴티지를 얻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멈춘 자리에서 툭 털고 일어나 다시 시작해보는 거다. 어차피 작년에도 올해도 그걸 하는 사람은 나니까.
작년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나를 구박하지 말고 오히려 작년에 이만큼이라도 해서 올해는 몇 걸음 더 나아간 자리에서 시작할 수 있구나 칭찬해 주자.
시민기자 그룹 '워킹맘의 부캐'는 일과 육아에서 한 발 떨어져 나를 돌보는 엄마들의 부캐(부캐릭터) 이야기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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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드 재킷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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