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가면서는 상언과 상호를 당연히 남성으로 보는 시선이 달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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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흔치 않다 보니 살면서 겪은 이름 관련 에피소드가 많다. 그중에서 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는 유치원 때 남자 '상언'을 만난 것이다. 나는 나와 이름이 같은 친구가 신기해 엄마한테 '우리 반에 상언이가 또 있어~' 했는데 엄마는 '남자야? 여자야?' 하고 물었었다.
남자라고 대답하니 엄마는 '사실 상언은 남자들이 많이 쓰는 이름이지'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나 또한 당시에는 이름에 별 관심 없는 어린이였으니 '음 그렇군' 하고 넘겼더랬다.
문제는 초등학교를 가서부터다(이때를 시작으로 이름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매해 늘고만 있다). 개학식 날 내 이름을 제대로 부르는 선생님은 거의 없었다. 다들 '한상은~ 한상헌~'이라고 부르시곤 표기는 '한상원'으로 하신다. 응당 이것이 상'언'으로서 견뎌야 하는 무게인가 싶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나는 다섯 살 터울의 언니가 있는데, 언니가 물려준 물건이나 책을 들고 학교에 가면 친구는 물론 선생님까지 무조건 오빠 있냐고 물었었다. 그래서 또 엄마한테 일렀다.
"엄마, 왜 자꾸 친구들이 나한테 오빠 있냐고 묻는 거야?"
"사실은 상언이 보다 더 남자 이름은 언니 이름인데, 상호는 거의 대부분 남자들이 써."
엄마 말을 듣고 보니 나보다 친구들이 더 의아했겠다 싶었다. 내 세계에서 상호는 언니가 처음이었고 여자였지만, 다른 친구들은 그렇지 않았을 테니 그들의 질문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이름으로 성별을 왜 따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