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기관. 사진은 기사 속 사례와 직접적 연관이 없음을 밝힙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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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2021년 초,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교사는 아동학대 의심을 받고 있었다. 억울함을 호소했다. 피해아동 부모에게 오해라면서 무릎을 꿇고 빌었다. 하지만 그들은 강경했다. 지역 맘카페에 피해 고발 글을 올렸다. 순식간에 아동학대 어린이집으로 낙인찍혔다. 당연히 원아 충원은 끊겼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담임교사와 원장은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됐다. 경찰 출석을 앞두고 담임 교사는 결백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원장은 어린이집 문을 닫아야 했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필자가 2022년 6월에 치러진 지방선거 출마를 고민하던 시기 찾아왔었다. 주위에서 필자를 '아동·청소년 사건 전문 변호사'로 소개하며 찾아가 보라 권유했다고 했다. 솔직히 말하면 선임하고 싶지 않았다.
필자는 변호사로 활동하며 주로 아동·청소년 피해자를 변호해왔다. 피의자 변호를 두 건 맡은 적은 있었지만, 결백하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중 한 건은 무죄를 받았다. 하지만 나머지 한 건은 중형이 선고됐다. 유죄를 선고받은 사건은 필자에게도 큰 상처를 줬다. 더욱이 변론 과정에서 "어떻게 당신이 그런 놈을 변호하느냐"는 비난도 만만치 않았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 사건은 맡고 싶지 않았다.
선임을 거절했다. 사실 선거에 대한 고민도 컸다. 이미 맘카페에서 아동학대 사건으로 낙인 찍힌 데다, 담임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지역 사회에선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선거를 고민하는 처지에서 위험부담이 너무나도 컸다. 자칫 '돈만 밝히는 악덕 변호사'로 공격받을 수도 있다.
어떻게 기소했을까... 검찰의 허술한 수사기록
하지만 어린이집 원장은 "사건 기록이라도 한번 읽어달라"고 했다. 마지 못해 원장이 놓고 간 서류를 훑어봤다. 사건을 보는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검찰에 직원을 보내 사건기록 전체를 복사해 왔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의 억울함이 느껴졌다. 교사가 죽고 어린이집은 문을 닫은 엄청난 사건이었음에도 수사기록은 너무나도 엉성했다. 도대체 검찰이 어떻게 이런 사건을 기소했지 싶을 정도였다. 특히 신체적 폭력에 의한 아동학대 사건에서 CCTV 동영상은 없고 온통 캡처 사진뿐이었다. 더욱이 진단서나, 하다못해 상처 사진 등 피해를 입증할 증거가 하나도 없었다. 결국 필자는 사건을 선임했다.
증인만 6명이 신청됐고 이중 4명에 대한 신문이 이뤄졌다. 재판은 1년 6개월이 넘게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핵심적인 증거인 CCTV 동영상 원본이 손상됐다'는 주장을 했다. 대신 10분 단위를 끊어 포렌식한 동영상에 증거능력이 있다는 주장만 반복했다. 10분 단위로 끊긴 동영상은 프레임 분석이 불가능했다. 프레임 분석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동영상 재생 속도를 알 수 없음을 의미했다. 재생 속도에 따라 단순한 움직임도 폭행으로도 보일 수 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지방선거가 있었고 필자는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의원에 당선됐다. 고민은 더 커졌다. 무죄라고 확신했지만 만에 하나라도 유죄가 선고된다면, 모든 비난은 내게 쏟아질 것이다. 뻔뻔하게 아동학대 피의자를 변론한, 돈만 밝히는 변호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도 있었다. 겁이 났다.
선고날 주루륵 흐른 눈물 그리고 검찰 항소... 결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