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의 원인을 찾다보니 외부의 부정적인 시선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정작 가장 중요한 저 자신의 시각과 생각은 무시하면서요. 시선의 주체를 되찾는 게 중요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Kristina Tripk (Unsplash)
왜 내게 이런 '나쁜' 일이 생긴 걸까?
유난히 내성적이었던 초등학생 때는 학교에 가기 싫어서 열이 난다고 아픈 척을 자주 했습니다. 그때는 철이 없어서 잘못이라는 생각이 없었죠. 그런데 조현병으로 진단받고 나니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도 아닌데 전부 내 탓 같다는 생각이 들지 뭐예요. 괜히 어릴 때 꾀병을 많이 부려서 벌 받았나 생각하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다 큰 어른들도 회사 가기 싫다고 병가 내고 거짓말 할 때가 있는데, 어린 애가 몇 번 꾀를 부렸다고 그 업보로 정신질환이 생길 리가 없습니다.
'조현병을 가진 나'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잘못이라는 건 한참 후에야 알게 되었어요. 이상한 일이죠. 다른 질환을 가지면 보통 자기 자신 탓을 잘 하지 않는데 말이에요. 예를 들어 감기 같은 질환은 감기에 걸렸다는 사실 그 자체를 두고 잘못이라 하지는 않잖아요.
곰곰이 생각해보다 질환에 대한 시각과 생각의 중심에 내가 아닌 타인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내가 스스로 질환에 대해 고찰하고 관찰하기보단, 질환에 대한 타인의 시선과 선입견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거죠.
대한민국 사회에서 조현병 스펙트럼 장애는 살인이나 폭행 사건과 연관해 생각되곤 합니다. 뉴스와 미디어에서 말하고 보여주는 질환자들의 모습은 부정적이고 폭력적인 모습이 대부분이에요. 사람들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를 보며 조현병에 걸린 게 아니냐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기도 합니다. 조현병에 걸린 모든 질환자가 반드시 범죄를 저지르는 게 아님에도요.
저 또한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비판 없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저 자신을 나쁘게 생각하게 된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고통의 흔적을 역사로 만들기
이런 잘못된 선입견과 편견들을 걷어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조현병에 대한 생각, 나 자신의 정신질환자로서의 정체성, 질환에 걸린 내 상태를 서로 연결하고 통합하는 과정은 길고 고통스러웠어요. 그 기간 동안 나 자신을 돌이켜보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된 건, 비슷한 조현병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환우들의 이야기였습니다. 한동안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가 환우들의 글을 확인하는 게 하루 일과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