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깅민정 의원실
-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3대 개혁을 강조했어요. 3대 개혁 가운데 교육 개혁이 있는데 이 부분 어떻게 보세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일 때는 교육 관련 공약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이 사람이 교육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무관심하다는 평가받았어요. 그런데 취임 이후 뜬금없이 핵심 3대 개혁을 얘기하면서 노동·교육·연금 개혁을 내걸었잖아요? 이런 태도 변화도 매우 황당했습니다. 이후 교육개혁이라고 하면서 정책을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반까지 막 쏟아냈잖아요. 다 문제가 있어요. 특히 이 각각 쏟아놓은 교육 개혁 정책이라고 하는 것에 하나의 공통점이 있어요."
- 뭐예요?
"교육의 시장화예요. 이명박 정부 때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경쟁·다양성·효율성을 강조하면서 자사고도 확대하고 일제고사 도입하고 이런 식의 교육 정책을 폈었죠. 지금 그게 윤석열 표로 부활하는 거고요.
그때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 때문에 교육계에서 굉장히 많은 충돌과 갈등이 있었잖아요. 그리고 아이들이 경쟁 교육에 엄청난 고통을 받았잖아요. 지금 경쟁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지만 앞으로 경쟁이 훨씬 더 강화될 겁니다. 이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교육을 시장 논리로 본다는 것은 아이들을 상품으로 보는 거예요. 그러니까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을 만들어서 팔아서 수익을 최고로 올리는 게 시장의 가장 단순한 논리잖아요. 이 논리로 교육을 보면서 애들도 효용성이나 상품 가치로 보는 교육관이 다시 우리 사회 전체를 지배하게 될 거라는 게 걱정이 많이 돼요."
- 근데 그건 우리나라 정부에서 계속 그렇게 해온 것 아닌가요? 국민의정부에서도 교육인적자원부로 불렀잖아요.
"맞아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도 근본적으로는 다르다고 할 순 없어요. 문제는 이것의 강도가 굉장히 높아지고 전면화된다는 겁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줄 세우고 경쟁시키는 것까진 아니었잖아요. 근데 일제고사를 전면화하면서 학교가 오로지 성적 높이는 것에 올인하는 식으로 차이가 납니다.
또한 자사고나 특목고 확대·강화하면서 형편이 좋고 돈 많은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교육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교육을 완전히 구별해 교육 양극화시키고 구조화시켜 신자유주의 교육 철학의 정도가 질적으로 비교될 만큼 차이가 많이 나는 게 이명박 정부였습니다."
- 의원님은 교육개혁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교육 개혁은 필요합니다. 우리는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에 관해서는 일관되게 쭉 신자유주의적인 교육 철학의 틀 안에서 교육 정책이 이뤄졌어요. 그래서 경쟁 교육, 성적 중심 교육, 입시 중심 교육 이런 것들에 과몰입돼서 이게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는 왜 신자유주의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보세요?
"복합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일단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 시대 때 급속한 산업화 정책을 폈어요. 그때 기업에 노동력을 공급하기 위한 수단으로의 교육이 이뤄졌습니다. 또 교육을 정치적으로 자기 정권 유지 수단으로서 교육 정책 유지해 왔던 게 수십 년입니다. 김영삼, 김대중 정부도 여기서 근본적으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정권이 여러 번 바뀌었음에도 신자유주의적인 교육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한 근본 원인이 아닌가 합니다."
-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시행되잖아요. 2년 남았는데 고교학점제 준비 상황은 어떻게 보세요?
"고교학점제가 취지는 긍정적입니다. 그 취지를 잘 살리려면 필수적인 몇 가지 조건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학생들이 자기가 공부하고 싶은 걸 선택한다는 거잖아요. 그러면 선택이 가능하도록 전문성 가진 교원들이 충분히 확보돼야지만 학생들이 원하는 교과목을 전문성 있는 사람들로부터 배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원의 증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교사 정원을 오히려 줄이고 있어요. 현실적으로 모순되는 정책을 하겠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하나의 선생님이 여러 교과를 가르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 됩니다. 옛날에는 수학 선생님이었다면, 이제는 과목을 세분화시켜서 몇 개의 과목으로 개설해서 심화 교육을 하게 됩니다. 그런 교육 하려면 선생님들이 하나의 전공만이 아니고 여러 교과를 가르칠 수 있어야 학생들의 충분한 선택을 보장해 줄 수 있잖아요.
근데 지금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수업만 하는 게 아니고 행정 업무가 너무 많습니다. 고교학점제로 교사들의 업무가 많아지게 되는데 이 많아지는 업무를 덜어주는 근본적인 시스템의 변화가 있지 않으면 선생님들이 수업의 질을 높일 수가 없어요. 따라서 교사들이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 업무를 다 덜어내는 시스템 개혁을 해야되요. 이 두 가지가 없으면 고교 학점제가 형식적으로 될 수밖에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