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3일, 서울중앙지법 서관 제418호에서 고 이예람 중사 사건 피고인 박아무개(전 군검사)의 ‘직무유기 등’의 재판이 있었다(사진: 정현환)
정현환
공군 법무실과 군 검사의 대응은 적절했나
고 이예람 중사는 2021년 3월 2일 가해자 장아무개 중사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한 뒤, 3월 4일부터 5월 2일까지 청원휴가를 신청했다. 이 중사는 청원휴가가 끝나고 5월 18일에 제15전투비행단(이하, 15비)로 전속됐는데, 당시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기라 방역 수칙에 따라 부대에서 격리됐다.
그런데 유족의 주장에 따르면, 청원휴가 기간이었던 3월 4일부터 5월 2일은 고 이예람 중사의 유족 측이 이 중사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공군 법무실에 탄원서를 제출한 시기였다.
3월 2일 사건이 발생하고 20일이 지난, 3월 23일에 이 중사 측은 공군 법무실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정작 제대로 접수된 건 한 달 후인 4월 23일이었다. 이에 유족은 당시 20비 공군 법무실과 군검사의 수사 처리 속도 및 조치에 강한 의문을 품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이날 재판에서 특검은 당시 공군 군법무관들의 조치가 적절했는지를 주로 확인했다.
특히 특검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정확히 72일이 지난 5월 13일 '21일 영상 녹화실을 사용하겠다'라고 신청한 게 '직무유기'로 볼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이태승 특검보는 2021년 5월 당시 공군 제15전투비행단 법무실 소속 군 검사였던 증인 추아무개가 피고인 박아무개로부터 '영상 녹화실' 사용 및 대여를 정확히 언제, 어떻게 신청 받았는지를 중점적으로 확인했다. 영상 녹화실 대여 시점은 당시 공군이 고 이예람 중사 사건 수사에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요소이며 이 사실이 직무유기를 가늠하는 척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쟁점은 제15전투비행단 영상 녹화실 사용 시기 여부
특검법이 통과된 후, 특검은 위와 같은 배경과 사실을 수사했다. 이날 이 특검보는 "당시 공군 15비에서만 영상녹화를 할 수 있는 별도의 조사실이 있었다"라고 주장하며, 20비 군 검사였던 피고인 박씨와 15비 군 검사였던 증인 추씨가 군 내선전화 통화를 한 사실을 근거로 과거 공군 법무실의 대응과 상황을 신문했다.
"2021년 5월 13일 15시 34분 23초"
특검보는 5월 21일 영상 녹화실 사용신청과 관련, "당시 제20전투비행단(아래, 20비) 군 검사였던 피고인이 1기수 선배인 증인에게 오후 15시 34분경에 조사실 사용 여부를 문의한 사실이 있다"라고 질문했다.
이에 증인은 "날짜가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해당 시간에 조사실 약속을 한 게 맞다"라고 하며, "당시 자신이 속해 있던 공군 법무실 화이트보드에 적어 놓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취소됐던 걸로 기억합니다"라고 특검보의 물음에 답했다.
"13일 15시 38분 26초"
연이어 이태승 특검보는 영상 녹화실 사용신청 첫 전화 이후, 약 4분 뒤에 이뤄진 내선번호 통화 내역을 근거로 제시했다. 4분 전 전화와 어떤 점에서 다른지, 그 맥락을 물어보는 질문을 바탕으로 증인에게 거듭 확인했다. 이에 증인 추아무개는 "아마 일정 조율을 하려고 통화를 한 것 같다"라고 당시 상황을 추측했다.
이에 재판부 정진아 판사는 "처음 20비에서 15비로 전화가 먼저 한 것이고, 4분 후에 제39전투비행단(아래, 39비 - ※ 편집자 주: 당시 제39전투비행단은 제15전투비행단 영내에 있어 15비로 내선전화를 걸어도 39비로 통화 내역으로 기록됨)으로 전화를 건 게 맞냐"라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증인에게 재차 확인했다.
재판부의 물음에 증인은 "13일 오전에 이미 39비에서 조사실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문의가 왔었다"라고 하며, "15비에서 영상 녹화 조사할 수 있는 장소는 1곳뿐이다"라고 말했다. "5월 21일 영상 녹화실을 사용하려면 39비에 사전에 협의하든지 혹은 둘 중 하나(※ 편집자 주: 20비와 39비)가 일정을 변경해야 사용 가능했다"라고 답변했다.
특검과 재판부, 피고인 박아무개 측은 누가 먼저 전화를 걸었고, 왜 통화하려고 했으며, 어떤 맥락에서 누가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화를 한 것인지, 이 내용을 언제 어떻게 15비 화이트보드에 기록하고 관리했는지 등을 다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