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영 감사패키지 제품 인쇄 시 서로 다른 제품을 한꺼번에 인쇄하는 ‘터잡기’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최대혁
인쇄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그의 구상은 계속 이어졌다. 인쇄소마다 공정이 분리되어, 하나의 제품이 완성되기까지 여러 공장을 거쳐야 하는 중구 인쇄업의 특성상 물류를 디지털화한다면 훨씬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원자재의 재고 관리에도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이러한 과제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어떤 환경이 필요할까? 서울인쇄센터와 같은 중간 지원조직은 또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까? 그는 우선 방산시장도 인쇄의 한 분야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했다.
"방산시장이 인쇄하고 상당히 많이 겹쳐 있잖아요. 특수 인쇄죠. 서울인쇄센터도 사실은 방산 시장을 위해서 일을 할 수 있는 거죠. 봉제와 인쇄는 비슷한 점이 많아요. 공정이 잘게 나뉘어 있죠. 그걸 엮어내는 걸 공공이 해줘야 해요."
대다수의 인쇄소가 자신의 제품을 개발하기보다 주문에 의한 일부 공정만을 소화하는 상황에서 공공이 이런 인쇄소들을 엮어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김효영 대표는 일종의 편집숍과 같은 기능을 예로 들었다. 서울인쇄센터와 같은 공간에서 참신한 인쇄 제품을 소개하고 이 제품을 만드는데 참여한 인쇄소들을 인수분해 해서 홍보해주는 방식이다.
그렇게 되면 전시된 제품과 같은 제품을 제작하려는 개발자나 창작자들이 필요한 공정에 접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인쇄소로서도 기존 거래처를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소품종 대량 생산에서 주문에 의한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나아가는 지금의 추세로 봤을 때 많은 인쇄소가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는 동인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 제조산업과 IT의 접목은 많은 인쇄인이 갈증을 느껴온 대목이기도 하다. 이미 몇몇 대형 인쇄 포털이 주문형생산 시장의 상당 부분을 선점하면서 기존 인쇄인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수십 년간 지속된 업태를 바꾸기도 어렵고, IT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선뜻 도전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김효영 감사와 같이 IT와 인쇄를 비롯한 도심제조업에 대한 융합형 인물이 귀한 이유다.
세 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 내내 그는 인쇄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최근 주목 받는 대형 물류 업체를 일컫는 풀필먼트(fulfillment) 시스템도 방산시장과 인쇄업계에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부터 새로운 매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의 구상이 결실을 맺기까지는 상당한 자원과 시간이 필요할 듯해 보인다. 여기에 서울인쇄센터가 할 수 있는 일은 또 무엇인지 차근차근 숙제를 풀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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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네트워크(사) 대표. 문화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2012년부터 지역 현장에 들어가 지역 이름을 걸고 시민대학을 만드는 'OO(땡땡)은대학' 프로그램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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