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윤석열식 유보통합' 전면 철회를 위한 전국 교사대회에서 전국의 유치원 교사 등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교조는 앞선 결의문에서 "학급당 14명 이하"를 주장했습니다. 2022년 상황으로는 만 5세 유아들 학급당 학생수는 23명에서 25명입니다. 초등 학급당 학생수 20명 주장에 비하면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앞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해당 지역의 영유아수와 시설수용능력 등에 대한 통합된 통계도 없고, 통합된 관리가 없기 때문에 학생수를 줄이지 못하는 것입니다. 교육청은 교육청대로, 시청은 시청대로 부모의 민원이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사립유치원이나 민간어린이집은 사립중고등학교처럼 재정결함보조금이 아닌 개인의 원비를 바우처로 받기 때문입니다.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게 되면 사립유치원 등 민간시설의 운영이 불가능합니다. 한유총은 지원방식 변화 없는 학급당 학생수 감소 반대가 공식 입장입니다.
따라서 전교조가 주장하는 "학급당 14명 이하"는 유보통합관리를 하면서 수급조절을 하고, 사립유치원 등 민간시설에 대한 지원방식을 바꿔야 가능한 일입니다.
'만 5세 의무교육'이라는 말
한 가지만 더 살펴보도록 하지요. 전교조는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명칭 변경하고 유아 만 5세 의무교육을 실시하라"라고 했습니다.
"만 5세 의무교육"이라는 말은 '만 5세 유치원 전담'이라는 말입니다. 아울러 만 5세의 어린이집 입학은 '허용되지 않는다'를 의미합니다. 2021년 통계를 보겠습니다. 21년 영유아학령아동 194만 명 중 178만 명을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수용하고 있습니다. 이중에서 만 2세 이하 영아 67만4000명이 어린이집에, 3세~5세 유아 중 50만7000명이 어린이집에, 61만2000명이 유치원에 수용돼 있습니다. 이중에서 공립어린이집에 수용중인 유아는 17만8000명, 사립유치원에는 43만3000명입니다.
한편, 2021년 만 5세 유아수는 41만2000명입니다. 의무교육은 원칙적으로 공립이 수용해야 합니다. 공립이 수용하지 못할 경우, 사립에 위탁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러한 법규정을 그대로 따르자면, 41만 명 중 18만 명 정도를 공립유치원에 수용을 하고, 나머지를 사립으로 위탁교육시키게 됩니다(현재 정원을 모두 채운다고 해도 20만 명쯤 되겠지요). 공립유치원이 만 5세 20만 명, 사립이 20만 명을 수용하게 될 것입니다.
그럼, 그동안 공립유치원에 다니던 만 3세와 4세는 어린이집으로 가야 합니다. 사립의 경우에도 만 3세와 4세 상당수가 어린이집으로 가야 합니다.
어린이집에 다니다가 유치원으로 옮겨야 하는 만 5세 유아, 유치원에 다니다가 어린이집으로 옮겨야 하는 만 3세와 4세 유아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이 각 지역에 골고루 분포돼 있으면 몰라도 실제로 그렇지 않습니다. 집 근처의 어린이집에 다니던 유아를 집에서 먼 유치원으로 보내야 하는 유아의 부모가 가만히 있을까요?
만 5세 아동 의무교육을 하게 될 경우, 유치원의 180일의 수업일수가 문제가 될 것입니다. 유아들 수용시간도 지금보다 길어져야 하겠지요. 학부모들이 어린이집에 영유아를 입학시킨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의무교육을 위탁받는 사립유치원에 사립중고 수준의 재정결함보조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운영비용 전액을 국가가 부담해야 합니다. 그런데 전교조는 12일 결의문에서 "퍼주기식 지원을 멈추고 사립 유치원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라"고 합니다.
위원장님 그리고 전교조 선생님들께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영유아문제의 복잡성 때문입니다. '의무교육'이 진보적인 정책으로 보이지만, 현재 영유아 교육-보육의 상황에서는 공공성을 해치는 정책이 될 수 있습니다.
영유아 교육-보육에는 40~50년 묵은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학령인구격감까지 겹쳤습니다. 유보통합 토론회에서 "이러다 우리 다 죽어"라는 <오징어게임> 속 대사가 나왔고, 참석자 모두 공감했습니다. 그래서 체계적인 연착륙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교육부도, 보건복지부도 책임지지 않는 체계부터 무너트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