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성대 야경1300년을 신라시대 원형 그대로 지켜온 유일한 건축물 첨성대
곽상원
우리에겐 경주가 있다. 아니 이미 있었다. 신라 천년의 수도, 서라벌, 30여년 만에 다시 방문한 경주는 놀라운 발견이었다. 기억 저편 고등학교 수학여행의 추억으로만 간직되던 낡은 이미지에서 신라의 전성기를 재건한 듯 젊음과 야경이 매우 역동적이었다.
'아 경주가 이토록 볼 것이 많고, 콘텐츠가 풍성한 도시였던가?' K-팝, K-드라마, K-좀비, K-뷰티까지 K의 전성시대에, K를 대표할 K-야경의 성지로 요즘 여행의 가장 중요한 트랜드 중 하나인 사진 스폿으로서의 경주는 도시 전체가 마치 무대 조명을 한 초대형 야외 박물관 같았다.
우선 젊음의 거리 황리단길은 불야성이다. 서울 성수동의 연무장 길, 용산의 경리단길, 신사동 가로수 길이 무색할 정도로 평일에도 인파로 가득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경주역에서 바로 캐리어를 끌고 온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는 점 정도일 듯하다.
소형 서점, 수많은 사진관, 십원 빵집, 전통과 모던이 어우러진 감성 식당들, 점 집, 힙한 옷을 빌려주는 옷 집들... 별다른 계획 없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둘러볼 수 있는 재미있고 힙한 거리다.
무엇보다 색다른 경험을 감성을 자극하는 것은 경주에서만 볼 수 있는 멋스러운 기와 지붕을 한 세련된 건물들의 조화다. 예스러움을 힙함으로 개성 있게 재해석한 좋은 도시 콘텐츠들이다.
계획없이 들어서서 식욕이 없어도 무언가 먹게 하고 쉴 새 없이 사진을 찍게 하고 사람들을 보게 한다. 힙한 상점들 너머로 멀리 보이는 이름 모를 신라 왕족들의 봉분들과 유적들이 경주라는 도시의 품격을 보여준다.
경주 야경의 정점은 통일 신라의 왕자들이 머물던 별궁터, 동궁과 월지에서 시작한다. 전쟁과 일제 시대를 거치며 아름다운 연못과 건축물들이 모두 회손되고, 페허된 유적지를 경주시 <신라왕경조성계획>의 일환으로 2010년부터 약 8년간 복원했다.
26개의 별궁 중 세 곳을 복원하여 사라진 천년 신라를 조금이나마 상상해 볼 수 있는 야경 스폿으로 재건되었다. 복원 과정에서 역사적 사료의 부족 등 아쉬움들을 남겼지만 드넓은 별궁 터에 섬처럼 환하게 밝히고 있는 세 곳은 도시의 활력을 찾아주는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