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SBS 기자 출신으로 지난 2021년부터 11대 언론노조 위원장을 지내고, 2023년 2월 12대 언론노조 위원장으로 다시 선출됐다.
유성호
"언론들이 저널리즘의 기본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건폭' 등 자극적인 언어를 무작정 받아쓰기만 하고 있어요. 이런 기자들은 앞으로 챗GPT로 쉽게 대체할 수 있을 겁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노조 혐오' 보도를 이어가는 기자들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 질문하라"고 소리쳤다. 대통령이나 정부의 입장을 검증 없이 받아쓰기만 하는 보수·경제언론들의 왜곡 보도에 대한 항의였다.
3일 서울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윤 위원장은 대통령 말 받아쓰기에만 몰입하는 언론들을 두고 "저널리즘의 기본을 안 하고 있다"면서 "이런 기자들은 앞으로 챗GPT로 쉽게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가 언론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간단했다. 저널리즘의 기본을 지키라는 것.
윤 위원장은 "단순히 정부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노조 관행들이 어떤 맥락에서 시작됐는지, 정부 입장이 사실 관계에 부합하는지를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노조 때리기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기존 노조를 약화시켜서 다른 노동자들도 불안정한 상태로 끌어내리겠다는 것인데, 기자들이 결국 자기 목을 찌르는 결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위원장은 앞으로 노조 혐오와 왜곡 보도와 관련해 노조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어차피 왜곡은 가만히 놔둬도 한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왜곡 자체가 불가능하게 대응해야 한다"면서 "보수 신문 기자들을 다 앉혀놓고 질문하고 토론하고 답하고, 그 과정을 모두 유튜브로 생중계하면 노조 목소리도 알려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 정책에 대한 평가를 묻자 그는 "정책이 없다"고 했다. 최근 대통령실이 '천공의 관저 개입'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를 고소하는 등 일련의 대응에 대해선 "소송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 언론사에 '까불면 입을 막아버리겠다'는 식의 아주 천박한 대응"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SBS 기자 출신으로 지난 2021년부터 11대 언론노조 위원장을 지내고, 2023년 2월 12대 언론노조 위원장으로 다시 선출됐다.
아래는 윤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저널리즘 거세된 언론 '건폭' 보도"
▲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 "대통령 발언 베껴쓰는 기자들, 챗GPT로 대체된다" ⓒ 유성호
- 정부가 연일 노조를 때리고 언론사들은 이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이런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념적인 부분을 떠나 언론들이 저널리즘의 기본을 안지키고 있다. 대통령의 말이나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관행들이 어떤 맥락에서 시작이 됐는가를 검토하고, 확인해야 한다. 이런 저널리즘이 거세되고 '건폭' 등 자극적 언어로 노동조합을 악마화시키는 메시지를 증폭시키는 것이 문제다. 노조만 두들겨 패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권력 기반을 강화할 수는 있겠으나 산업현장에 고착화돼 있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 임금 격차의 문제, 이런 것들을 전혀 해결할 수 없다.
대통령이 말하는 '건폭'은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사실관계에 부합하는지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 정부의 공신력? 과연 지금 정부가 언론이 무작정 신뢰할만한 공신력을 갖추고 있나. 정부 신뢰도 조사를 해보면 알 것이다."
- 매번 대통령 발언 등이 나오면 쏟아지는 보도량도 엄청나다. 과거에 비해 언론사들이 굉장히 많아졌고 이런 발언들을 일제히 받아쓴다.
"언론시장이 많이 왜곡돼 있다. 포털 검색만 되면 언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형태로 시장이 왜곡돼 있다. 검색 노출은 수많은 매체들의 생존과 직결돼 있다. 언론들이 자극적인 단어를 쓰고 노출이 되면 쉽게 검색이 되고 돈벌이로 연결이 된다. 그러다보니 정치인들의 자극적인 언어를 더 유용하게 활용하고, 정치인들의 말도 더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깊이 있고 사실에 근접한 좋은 기사보다 당장 귀에 꽂히는 보도나 기사가 노출되는 환경이 이런 구조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
'건폭' 매도 등 윤석열 정부의 노조 때리기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기존 노조를 약화시켜서 다른 노동자들도 불안정한 상태로 끌어내리겠다는 거다. 불평등과 고용불안이 더 확대되는 효과를 가져올 뿐이다. 언론들의 노조 때리기도 결국 기자들이 자기 목을 찌르는 행위가 될 것이다."
- 탐사 보도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매체들은 그나마 기존에 있던 전통 미디어들이다. 이 전통 미디어들마저도 수동적인 입장의 보도에 머물러 있는 것도 큰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레거시 미디어 역할이 많이 중요하다. 레거시 미디어들의 탐사 보도 기능, 긍정적 의미의 게이트키핑은 검증할 수 없는 정보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도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역할을 한다. 레거시 미디어들이 탐사를 통해 만드는 기사들은 혼란스러운 정보 생태계에서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과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유용한 통로라고 생각한다. 최근 유튜브 등에서 여러 언론들이 주목받고 있지만, 레거시 미디어의 이런 기능들은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보수언론의 노조 이슈 왜곡 기사, 기자들 불러 공개 토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