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무 전 창원시장.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윤석열 정부가 노동조합을 옥죄기에 나선 가운데 창원특례시장을 지낸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창원성산지역위원장은 "정부가 노조에 시비를 거는 것"이라며 "경제위기·경제파탄의 책임을 노조에 돌려 모면하려는 책략이라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고 비판했다.
허 위원장은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에서 열린 '제2기 더불어 아카데미' 특강을 하면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에 대해서도 "경제의 양대 주체인 자본과 노동의 균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선 결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위원장은 또 "시대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을 못갖춘 정치지도자는 퇴출해야 한다"라며 "경남 제조업 위기는 지난 30여 년 경남도 행정을 담당해온 경남도지사들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의 무사안일주의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970년대 박정희정권의 경제개발정책 이후 80~90년대까지만 해도 창원을 비롯한 경남은 임해공업지대의 중심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선도했으나, 2010년대 이후에는 수도권에 밀려 성장률이 떨어지다가 2015년 이후에는 그 격차가 급격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남연구원 자료를 인용하면서 "지식서비스산업의 경우 50인 이하의 중소규모 사업장이 수도권은 31.5%인데 반해 경남은 15%에 불과하다"라며 "50인 이상의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는 그 차이가 더 심각해서 전체 사업장의 절반인 50%가 수도권에 몰려있고 경남은 7%의 사업장 유치에 그치고 있다"고 했다.
허 위원장은 또 통신기술 관련 산업을 강조하면서 "850만 평 면적에 13만여 명이 일하고 있는 창원국가산업단지에 비해 판교테크노밸리는 26만 8000여 평 면적에 입주기업 1642개, 7만 3000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매출액에 있어서는 전년도 판교테크노밸리가 120조 8000억원을 달성한 데 비해 창원은 채 50조 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판교는 대장동 지역 이슈로 소란한 정국과 상관없이 개발에 속도를 더해 5년 내 제2 테크노밸리에서만 10만 명 고용에 70조 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소위 잘 되는 시기에 변화하는 현실을 관찰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정치지도자의 덕목인데, 경남에 그러한 리더십이 완전히 부재했던 것이 2023년 경남 제조업 위기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일하게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수도권 일극체제의 극복뿐 아니라 상하이경제권, 광동경제권, 싱가포르-말레이경제권 등 항만물류의 중심 경제권과 경쟁하는 부울경 메가시티 건설에 진력했지만 정치적 이유로 좌초됐다"며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박완수 경남지사가 '부울경특별연합' 그 이상의 대안을 빠르게 완성하지 못하면 역사의 혹독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경수 전 지사가 추진됐던 '부울경 특별연합'이 박완수 지사가 들어서면서 폐기되었고, 박 지사는 '부산경남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허 위원장은 "아르헨티나 경제 파탄의 주범으로 포퓰리즘을 드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은 그보다는 1950년대 이후 관세및무역에관한일반협정(GATT) 체제가 안착하면서 세계적인 자유무역과 공업생산이 급속하게 늘어나는 국제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탓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허 위원장은 "기후위기시대와 4차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파고를 맞이한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지도자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아 새로운 시대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위기에 대처하기보다 노조와 싸우고 야당 대표와 싸우고 심지어는 암소, 신동진 볍씨와 싸울 생각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불거진 이른바 난방비 폭탄 문제에 대해 허 위원장은 "폭탄이 만들어진 배경과 이유는 다양하게 있을 수 있지만, 대통령이라면 그 폭탄이 터지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하는 것인데, 폭탄은 자기가 터뜨려 놓고 책임은 전임 문재인 정부 탓이라고 돌리고 있다"면서 "이렇게 무능하고 책임도 안 지고 거짓말만 하는 정권은 언제든지 국민에 의해 탄핵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열린 '더불어 아카데미'에서는 방송통신위원을 지낸 양문석 통영고성지역위원장이 "기울어진 언론환경과 소셜 미디어"에 대해 특강했고, 고민정 최고위원이 오는 11일 "정치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강연한다.
민주당 경남도당은 "앞으로는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아카데미뿐만 아니라 내년 총선을 대비해 지역 의제를 시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발굴하는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