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살화 샀다운동은 장비발이다.
이지은
"언니, 의지로 열 내린 거 아냐?"
문제는 하필 시합 나흘 전에 몸 상태가 순식간에 안 좋아졌다는 사실이다. 밤새 고열에 시달리고 오한이 들어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이불 속에서 끙끙 앓으면서 한 가지 생각만 했다.
"아... 나 대회 나가야 하는데 어쩌지? 주말 전에는 낫겠지?"
다음 날 아침, 올라가지 않는 눈꺼풀을 겨우겨우 들어 올렸다. 마음 같아서는 상사에게 연락해 '몸이 아파서 오늘 쉬겠습니다' 말하고 싶었지만, 인생의 유일한 교훈이 '성실'인 나는 그 몸을 이끌고 기어이 회사에 나갔다.
회사가 집에서 3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어 자차로 1시간쯤 이동하는데, 운전하는 내내 "아, 차 버려버리고 갓길에서 쉬고 싶다. 그냥 이대로 누워버리고 싶다"라고 중얼거렸다. 그렇게 기진맥진한 몸으로 출근하자마자 회사 동료인 연남도령에게 몸 상태를 공유했더니 그가 바로 대꾸했다.
"코로나 아니에요?"
"에이, 아니에요. 그냥 몸살이야. 왜냐하면 나 주말에 풋살 대회 나가야 되거든요? 그러니까 코로나일 리가 없어요."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예요... 코로나 자가 키트로 빨리 검사해보세요."
연남도령의 성화에 화장실로 달려가 코를 찔러봤는데, 미세한 두 줄이 보였다. 줄이 선명하면 깨끗하게 포기가 됐을 텐데, 아니라고 우기면 인정받을 정도로 미세했다(심지어 보건소 담당자조차 '이거 좀 애매한데요'라고 말할 정도였다). 회사 사람들에게 역시 감기 몸살 같다고 했다가 '잔말 말고 당장 집으로 돌아가라'며 회사 밖으로 쫓겨났다.
아, 나 진짜 코로나 아닌데. 즉시 결과가 나오는 병원의 신속항원검사는 검사받자마자 다시 출근해야 할 테니 보건소로 향했다. 정말이지 또 출근할 기운은 없었다. 보건소 검사 나올 때까지 조금만 더 쉬자. 쉬면 나아질 거야. 나는 감기에 걸린 거니까.
집으로 돌아와 누워 있었더니 열이 떨어졌다. 팀 친구들에게 코로나 걸리면 열 안 내리지 않냐, 나 역시 코로나 아니라는 말을 반복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언니 지금 대회 나가고 싶어서 의지로 열 내린 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