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주년 3.1절인 지난 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권우성
"피해자분들 입장 다양하지만... 가장 많이 원하는 건 역시 일본 측의 사과"
- 일본은 강제 동원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것 같거든요.
"저는 그 문제에 있어서 답답한데요. 왜냐하면 1940년대에 조선인 청년들을 일본의 군수 기업으로 동원해서 강제노동 시킨 것들에 대해서는 일본 사법부에서도 이미 다 인정을 했습니다. 또 일본 기업들도 그 사람들이 일본 기업에서 노동하고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있었다는 것들에 대해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거든요.
근데 일본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사실을 인정하거나 유감의 의사 표시를 한 적이 없었어요. 자국 사법부가 인정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은 사실 역사에 대해 눈감고 마냥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일본 주장은, 강제동원 피해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모집 공고 보고 왔다는 건데.
"제가 계속 일본 사법부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일본 정부나 기업은 사실 명확하게 이 문제에 대해서 입장을 밝히지는 않습니다.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은 아니었더라고 이야기하는데요. 그건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일본 사법부에서 '자유로 온 것이 아니'라고 이미 판정했습니다.
왜 자유로 온 것이 아니냐고 하면, 예를 들어 당시의 모집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알선도 있었고요. 또 세 가지 방식으로 식민지 조선인들을 이제 동원해서 일본으로 데려오는데요. 그렇게 동원해서 일본으로 데리고 오는 과정에서의 불법을 강제연행이라고 합니다. 일본의 군소기업으로 와서 노동하는 과정에서 생겼던 불법을 강제 노동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강제연행에 강제노동을 더한 것을 강제동원이라고 한꺼번에 얘기하는 건데요.
강제연행의 불법은 어떤 것이냐면, 일본 사법부가 인정했던 내용이 '일본에 가면 기술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학교에 다닐 수도 있다'란 식으로 기만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일본에 와서 식민지의 젊은 사람들이 했던 일은 기술 습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아주 위험한 일일 뿐이었고 학교 진학은 예정돼 있지도 않았던 것이죠.
마치 여기서 일을 1년 정도 하면 학교를 보내줄 것 같은 방식으로 사람들을 기만했고, 뿐만 아니라 당시 갈지 말지를 고민하다가 도장을 찍었는데 이걸 취소하러 가면 '약속했는데 만약에 네가 일본에 가지 않으면 경찰들이 너희 집을 가서 너희 부모님들을 체포할 수밖에 없다'라는 식의 사실상의 강압과 폭력이 행사됐다는 사실도 일본 사법부가 모두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이걸 가지고 자유 의지로 일본에 돈을 벌기 위해서 취업했다고 이야기하는 건 객관적인 역사와 달라요. 거짓말이죠."
- 2018년 대법원 판결이 있었고 지금까지 온 거잖아요. 대법원 판결과 제3자 변제는 맞지 않다는 지적 있던데 법적으로 어떻게 되는지 설명해 주세요.
"제3자 변제가 대법원 판결과 안 맞다라기보다는요. 제3자 변제를 통해서 행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무효화시키려는 거죠. 그게 삼권분립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냐로 주장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판결을 무효화시키는 건 재심밖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판결을 없애는 건 아니고 사실상 무효화시키는 거기 때문에 삼권분립의 원칙이나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죠."
- 윤석열 대통령 주장은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안보 문제가 있으니 한일이 손잡아야 한다'는 것 같은데.
"안보 문제 중요하죠. 경제도 중요하고요. 그런데 그 안보든 경제든 한국과 일본이 동등한 파트너의 수준에서 서로 논의하고 협의하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지금 일국의 대법원판결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의 모습과 그것을 그대로 추인한 한국 정부의 모습을 보면, 국가간 관계 속에서 안보 협력이나 경제 협력이 과연 대등한 국가간 파트너십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심입니다.
그런 것들이 정말 중요하다면 그건 한국만 중요한 게 아니라 일본도 중요할 거라고 봅니다. 때문에 오히려 그런 것들을 지렛대로 최소한의 역사 문제에 대해서 일본의 책임 있는 사과든 아니면 기금 참여를 저는 끌어냈어야 된다고 봐요. 국가 간의 관계는 한 번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나면 그 외의 것들에 있어서도 동등한 방식의 요구나 파트너십이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 지금 일본에서 2019년에 있었던 초계기의 레이더 탐지 부분에 있어서 사과하라고 그러면 그거 사과할 겁니까? 안보 문제가 중요하고 경제협력이 중요하면 일본이 요구하는 것들에 대해서 다 따를 것이냐죠.
WTO 문제도 일본이 요구해서 한국의 제소가 취하됐습니다. 근데 그거는 명백하게 일본이 경제적으로 부당하고 위법하게 한국을 공격했던 문제입니다. 그것에 대해서 사과 한마디 받지 못하고 취하하는 모습을 보면, 일본이 다시 자국의 이익에 맞지 않아서 한국을 경제적으로 위협했을 때 한국이 그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된 항의나 일본에 요구할 수 있을까요? 이거는 안보 협력이나 경제 협력을 위해서도 좋지 않은 모습이라고 봐요."
"'미래청년기금' 조성? 강제동원과 상관 없는 걸 함께 이야기... '물타기'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