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합법화 마련하라!대구출입국사무소 앞, 단속 추방 반대 1인 시위를 하는 김헌주 센터장
생명평화아시아
- 대구출입국사무소 앞에서 1인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네요. 미등록 노동자 강제단속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최근 단속이 더 심해진 것인가요?
"1월에 갑자기 단속한다는 이야기가 접수 되기 시작했어요. 왜냐하면 작년 10월, 11월 합동 단속 기간이었거든요. 그게 일단 마무리 되어서 좀 한숨 돌리고, 통상 겨울에는 단속을 잘 안 한다. 확인을 해보니까 심각했다. 와룡시장, 장기동 원룸촌, 심지어는 경산, 하양 이런 데를 막 들어왔다 그러더라고. 2월 1일부터 3월 말까지 두 달 동안 합동단속한다는 걸 발표를 했어요. 이게 어쨌든 공권력이 발동하는 거니까 막는 게 쉽지는 않아요."
(*이후 법무부는 정부 합동단속 기간을 4월까지로 발표했다. 이에 대경이주연대의 대구출입국사무소 앞 1인 시위도 4월 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기자 주)
- 미등록 노동자 합동단속이란 게 어떤 거예요?
"원래 단속 업무는 출입국 단속반에 있어요. 그러니까 이게 조금 설명을 드리면 일종의 특수한 경찰이죠. 예를 들면 세무서 직원은 세무 업무와 관련해서 경찰 업무를 할 수가 있어요. 노동 업무와 관련해서는 근로감독관이 있고요. 출입국 관련 업무와 관련해서는 출입국 단속반 사법경찰권이 있어요. 경찰은 미등록 노동자 단속이 출입국의 업무이기 때문에 단속하지 않습니다.
원래는 출입국 단속반이 주로 제보에 의해 단속하거나 했는데, 합동 단속이라고 하면 법무부가 주관하고, 경찰청,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해양경찰청 5개 부처가 합동으로 단속을 하겠다라는 거예요."
- 실제로 단속 현장 상황이 어때요?
"단속반이 왔다고 하면 미등록 노동자는 기를 쓰고 도망갑니다. 왜냐하면 잡혀가는 순간 그걸로 인생이 멈추는 거니까요. 한국에서 일하면서 세웠던 각종 계획이 한순간에 단절되는 거예요. 그리고 통상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들어오면서 상당한 비용을 들이기도 하고요.
출입국 직원들하고 면담을 하면 늘 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그래서 '도망치는 미등록 노동자를 쫓아가서 잡지 않겠다, 2층으로 들어갈 경우에는 반드시 탈출구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도망가는 사람을 추적하지 않겠다, 어두울 때는 위험하니 밤에는 단속하지 않겠다' 이런 약속을 다 우리하고 하거든요. 그랬는데 1월 단속 과정에서 그런 것들이 다 무너졌어요."
- 올해 들어서 미등록 노동자 단속을 이렇게 강력하게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러니까 출입국에서는 늘 목적이 뭐냐 하면, 이주 노동자들이 200만 명이잖아요. 수치를 공개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지만, 10~15%정도로 관리를 합니다. 미등록 노동자 수가 너무 많으면 본인들이 생각하기에는 법질서를 어지럽힌다고 보는 거예요. 그런데 이주민 노동자가 너무 적으면 현장에서는 일손이 모자라서 아우성이에요. 진짜 지금도 난리예요. 지금 미등록 노동자가 40만 명인데, 200만 명 중에 40만 명이면 20%에 육박하잖아요. 이 인원도 사실은 인력이 모자라거든요.
2004년에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면서, 이주 노동자의 체류 기간을 제한하는 '단기순환성' 원칙, 외국 인력을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보충성' 원칙을 세웠어요. 그런데 단기순환성 원칙은 사업주들도 좋아하지 않아요. 이주 노동자들이 어느 정도 일이 손에 익으면 그만 돌려보내야 하니까요.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건, E-9 비자에 장기근속 특례를 도입해 '10년+α' 동안 체류할 수 있도록 고용허가제를 개편하는 안이에요. 장기근속이니까 그 조건이 한 사업장에 계속 일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한 곳에서 있어야만 체류 기간이 연장되는 정책인 거죠."
- 고용허가제 개편방안에서 같은 사업장에서 일해야만 체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걸로 정한 배경이 있을까요?
"이주 노동자를 고용하는 업체가 대부분 3D(dirty 더러움, difficult 힘듦, dangerous 위험함) 업종이잖아요. 그런 업종은 사실 이주 노동자 아니면 다른 사람들로 쉽게 인원을 충원하기 어려워요. 사업장이 한국 노동자들이 선호할 정도의 좋은 사업장 같으면, 이주 노동자를 굳이 고용 안 하죠. 그러니까 어차피 일할 줄 아는 사람을 계속 일 시키는 게 나으니까,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것은 사업주 이해관계에 딱 맞아 떨어지는 겁니다."
-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 사회에 계속 거주를 할 수 있으면 3D 업종 말고 더 나은 환경을 찾아갈텐데, 이걸 바라지 않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보시는 거군요.
"한국 정부는 당연히 그래야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예를 들면 청소는 사회적으로 낮은 등급의 일로 인식되고 있잖아요. 그러면 다른 보상이 뭐 있습니까? 청소하는 사람이 월급도 적잖아요. 그러니까 안 하려고 그러죠. 그나마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표현하는 나라들 가운데서 몇몇 나라는 대학 교수와 공장 노동자의 월급이 비슷하다고 들었어요. 그게 정상적인 사회 아닙니까? 어떤 직업은 인식도 좋고 돈도 많이 받는데, 어떤 직업은 대우도 못 받고 돈도 적게 줘요. 이러니까 계속적으로 기피 업종이 생길 수밖에 없는 거죠. 물론 돈이 다는 아닙니다마는, 자본주의를 전제로 하면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들한테 경제적인 보상이라도 주어져야 하는데 그걸 안 하잖아요.
결국은 그런 구조적인 피해가 다 마지막으로 귀결이 돼요. 철저하게 이주 노동자를 가장 아래 하청으로 고착화시켜야만 우리 사회의 질서가 가능하다는 기본적인 그림이 있는 거예요. 이주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노동자 구분은 노동자가 만드는 게 아니라 자본가가 만드는 거예요. 이익을 노동자에게 고루 분배하는 게 아니라 하청 노동자의 이익을 빼앗아 정규직 노동자를 보충해 주는 구조를 만드는 거잖아요. 들여다보면 정규직 노동자가 이주 노동자의 몫을 뺏어 가는 게 아니라, 자본가의 이익은 딱 정해두고 나머지로 분배하는 주도권을 자본가가 쥐고 있기 때문에 그래요. 노동자가 기여한 만큼 분배를 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가 그런 게 남아 있지 않은 거죠."
"기여한 만큼의 분배 있어야... 이주 노동자들도 한국에서의 삶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