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만들어 준 시저샐러드
최혜선
아이에게 집에 있는 재료로 만들어줄 수 있는 메뉴가 있는지 물었다. 시저 샐러드라는 답이 나왔다. 집에 없는 재료는 엔초비 하나였다. 엔초비는 한 번 열면 다 먹어야 하니 소량으로 사라는 팁을 얻어 가장 작은 용량으로 주문했다. 딱 때 맞춰 만들어낸 시저샐러드를 엄마아빠가 손가락으로 소스를 훑어가며 흡입하는 것을 본 아이는 흡족해했다.
가방을 만들어준 건 좋은 시작이었다. 하지만 아이에게 더 필요했던 건 아이가 만들어 온 음식을 내놓을 때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맛있게 먹는 일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이제는 아이가 필요하다는 식재료를 부지런히 채워놓고 아이가 만들어 주는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아이의 관심사를 응원해주려 한다.
아이가 자격증을 못 딸 수도 있고, 요리고등학교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 그 길은 내 길이 아니었다고 결론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이 이 아이의 운명이기라도한 양 호들갑을 떨며 한껏 누려보려 한다. 자기가 만들어준 음식을 즐겨 먹었던 가족들과의 추억은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지 않을테니까.
글쓰기 모임에서 만나 시민기자가 된 그룹. 70년대생 동년배들이 고민하는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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