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비교표다. 2020년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의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따라잡았다. 대한민국 인구 50%가 넘는 것이다.
이현우 편집(원자료: 통계청)
국내에서 15분 도시를 구현해 낼 수 있을까? 프랑스 국민 80%가 국토 20%에 해당하는 면적에 거주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민 50%가 국토 면적 12%에 해당하는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사회, 경제, 정치, 문화 등 상황이 조금은 차이가 있지만 국토의 일부에 국민들이 밀집하여 거주하고 있다는 점은 비슷하다. 이 때문에 국내 도시 연구자들이 15분 도시 개념을 주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나간 수십 년은 앙리 르페브르가 이론화한 '도시에 대한 권리'의 시대로, 각종 도시운동에는 주거다운 주거를 위한 투쟁이 중심에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도시에서의 삶을 누릴 권리'가 사회적 불만의 중심에 놓여 있다. - p.102
반면 프랑스와 대한민국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파리에서 '도시에서 살 권리'를 논의하고 실행할 수 있는 이유는 '도시에 대한 권리'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가 주거 투쟁 운동 전면에 서서 나서진 않았지만 운동권에서는 르페브르의 '도시권'을 주요 투쟁 언어로 삼았다.
이후로 완벽하다고 평가할 순 없지만 사회주택 제도와 사업을 통해 주거권은 개선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주거를 위한 투쟁이 선행되었기 때문에 도시 서비스를 누릴 권리에 관해 논의되었다고 본다.
필자도 무주라는 농촌에서 태어났지만 지금은 서울시민이 되었다. 한때 안산 반월에서 서울 삼성동까지 출퇴근하던 시절이 있었다. 오전 6시에 집을 나서면 8시쯤 사무실에 도착했다. 나처럼 수원, 용인, 남양주 등에서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를 출퇴근하는 동료들이 있었다. 안산에서 출퇴근하던 것이 유별난 것은 아니었다. 기이하지 않은가.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겠는가. 서울에 적정한 가격의 살만한 집은 없지만 일자리는 몰려 있기 때문이다. 2시간이라는, 말도 안 되는 출퇴근 시간을 감수하더라도 서울로 오는 것이다. 일자리를 서울 바깥으로 분산을 하든, 서울 내 주택 가격을 낮추든 해야 한다. 물론 쉬운 문제는 아니다.
가야 할 길이 멀다. 파리의 '15분 도시'를 수학 공식 대입하듯 대한민국 도시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테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15분 도시를 실현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도시 연구자로서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15분 도시 개념도를 펼쳐놓고 우리 도시에는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영감을 얻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실제로 파리에 어울리는 것이라고 해서 반드시 리우데자네이로나 뭄바이, 서울, 시드니, 라고스 또는 카이로에도 어울린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영토에 단단히 발 딛고 있는 시민의 정체성이 필요하다. 도시의 모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영감의 원천만이 존재할 뿐이다. - p.36
도시에 살 권리 - 세계도시에서 15분 도시로
카를로스 모레노 (지은이), 양영란 (옮긴이),
정예씨,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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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15분 도시', 서울에도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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