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하르간즈 거리
Widerstand
델리는 오랜 기간 인도 역사의 중심지였지만, 그것이 썩 유쾌한 방식은 아니었습니다. 아그라는 무굴 제국의 전성기를 함께한 땅이었죠. 덕분에 남아 있는 유적도 아주 화려하고 거대합니다. 하지만 델리는 현재 인도의 수도이지만, 발전이나 확장보다는 침탈과 파괴의 역사가 더 많이 쌓여 있습니다.
델리가 인도 역사의 중심지가 된 것은 12세기 이후의 일입니다. 이 시기부터 델리를 중심으로 북인도를 장악한 왕조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투르크계 집단이었죠. 모두 이슬람교를 믿는, 대부분의 인도인 입장에서는 이교도이고 이민족이었습니다.
원래 10세기부터 중앙아시아 국가가 남아시아를 침입하는 것은 빈번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남인도 지역을 약탈한 뒤 중앙아시아 초원 지대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체계적으로 북인도를 지배하기 위해 침공을 시작한 것은, 1173년 무함마드 고리(Muhammad Gori)가 처음이었습니다.
무함마드 고리는 델리를 비롯한 북인도 일대를 차지했지만, 1206년 암살당합니다. 그의 노예였던 쿠틉 웃 딘 아이박(Qutb ud-Din Aibak)이 곧 정권을 잡았죠. 명목상으로는 노예이지만, '맘루크'라는 이 노예 집단은 매우 강력한 정예병 집단이기도 했거든요.
이후 델리에 기반한 이슬람 왕조는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대부분 체계적인 제국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혼란 끝에 빠르게 멸망했죠. 맘루크 왕조 이후 할지 왕조, 투글라크 왕조, 사이드 왕조, 로디 왕조까지 여러 왕조가 지나갑니다. 이들 왕조를 모두 통칭해 '델리-술탄 왕조'라 부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