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선거제 개편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남소연
"국회에 소수자와 약자의 권리가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다면 정의당이 아니어도 좋다."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은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비례대표 숫자를 늘리고 의석수가 정당 지지율에 최대한 수렴되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라며 비례성 확대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선거제 개혁은 곧 제 밥그릇 챙기기 아니냐는 비난이 있다"라며, 설사 선거제도 개편의 수혜자가 "정의당이 아니어도 좋다"라는 호소였다.
10일 오후, 19년 만에 소집된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정의당은 집권여당인 국민의힘과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비례대표 확대를 통한 표의 등가성비례성 확대를 반복해 외쳤다. 민주당은 나름 긍정적으로 화답했지만, 국민의힘은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며 사실상 논의의 틀 자체를 흐트러트리는 모양새였다. 의원 정수 축소를 공론화했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회의장에서 조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심상정 "여러 정당 더 들어올 수 있다면, 정의당 아니어도"
심 의원은 "저와 진보정당이 국회에 들어온 지 올해로 20년이 되었다"라며 "제가 오랜 노동운동을 뒤로 하고 정치의 길에 들어선 이유는 단 하나였다. 국회 담장을 넘지 못하던 보통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사회적 약자들의 한숨과 울분에 반응하는 정치를 위해서였다"라고 회고했다.
그는 "노동과 노동자, 증세와 복지국가, 소수자와 인권 등의 의제를 정치의 한복판으로 불러들인 점"을 "진보 정당의 존재" 의의로 꼽았다. 이어 "그동안 양당 사이를 뚫고 등장했던 자유선진당·바른미래당·국민의당 등 제3당들은 모두 사라졌다"라며 "오직 저와 진보정당만이 양당 사이 가파른 협곡을 헤쳐 오며 20년을 버텨왔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당 득표 10%를 얻고도 국회의원은 2% 의석밖에 얻지 못해 몹시 억울했다"라며 "빼앗긴 8%의 의석만큼 이 국회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해서 매우 속상했다"라고 현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결국 "승자독식 선거제도 개선 없이 제3의 정치세력의 성장은 가능하지 않다"라는 지적이었다.
심 의원은 "승자독식 소선구제는 36년 양당 체제의 철옹성이었다"라며 "단 한 표가 당락을 가르기 때문에 선거 때마다 절반에 가까운 표심이 버려졌다"라고 꼬집었다. "이런 낮은 비례성을 보완하기 위해서 도입된 제도가 바로 비례대표제이지만, 그 비율은 고작 15.7%에 불과해서 보완 기능이 매우 취약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의당도 국민이 지지해 주신 만큼 의석수를 얻고 싶다"라며 "우리 사회 가장 낮은 곳에서 차별과 불평등에 눈물 흘리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작은 힘이나마 보태서 세상의 변화를 앞당기고 싶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 국회에 청년과 여성의 목소리가, 그리고 노동과 녹색의 의제가, 또 소수자와 약자의 권리가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다면 정의당이 아니어도 좋다"라며 "국가적 난제와 세계적 도전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다당제 협력 정치로 이어질 수 있다면, 다양한 해법을 가진 여러 정당들이 국회에 더 많이 들어올 수 있다면 그게 정의당이 아니어도 좋다"라고 외쳤다.
심 의원은 "특히 양당 지도부 여러분께 말씀드린다"라며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위성정당 추진에 대해 사과했고 다당제 연합정치로의 정치교체를 국민들께 약속한 바 있다"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이 권력을 한 번 잡는 것보다 훨씬 큰 정치 발전을 가져온다.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제일 좋겠지만, 도농복합선거구제라도, 한나라당이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차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도 인용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집권 여당"이라며 "국회불신을 자극하고 정치혐오에 편승할 여력이 없다"라고 날을 세웠다. "연초에 윤석열 대통령께서 '다양한 국민의 이해를 잘 대변할 수 있는 선거제도'로의 개선을 언급하신 바처럼, 국민과 미래를 위한 선거제도개혁에 진지하게 임해주시길 요청드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원정수 축소" "비례대표 폐지" 거론하는 국민의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