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좀 까치처럼 걸어다녀요. 의자에 앉을 때도, 땅바닥에 쪼그려 앉을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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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조금 예민한 귀 탓일지 몰라요. 쿵쿵 거리는 내 발소리를 듣기 싫었던 기억이 나요. 그, 왜 있잖아요. 노란장판으로 된 바닥. 우리집도 노란색이었는지 또렷하진 않지만, 맨발로 걸어다닐 때마다 쩌억- 쩌억- 하는 소리가 유난히 귀를 울렸어요.
편찮으신 할머니도 함께 지내셔서 발소리를 죽이려고 더 노력했던 것 같아요. 집 안을 걸을 때도, 계단을 올라갈 때도. 까치발을 들어 소리 없이 살금살금 움직이면 커다란 임무를 완수한 것 같은 뿌듯함이 들었어요. 저 혼자만의 놀이였달까요.
소리 뿐만이 아니에요. 발바닥 전체로 바닥을 딛었을 때 살에 닿는 날카롭고 차가운 느낌도 떠올라요. 여름은 후텁지근하고 눅눅하고 나른한 느낌까지 얹어졌었죠. 어느새 저는 총총거리며 걷는 까치로 무럭무럭 성장했어요.
그러다보니 책상에 앉아 공부할 때도 자연스레 뒤꿈치를 들고 의자 다리에 기대어 놓더라구요. 부모님이 청소를 하시다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제 발을 살포시 바닥에 붙여준 기억이 많아요.
별 일 아닌 줄 알았어요. 마른 입술을 잘근거리며 뜯는 것 같이, 손가락 마디 뼈를 하나씩 누르며 우드득 거리는 것 같이 사소한 습관인 줄 알았죠. 그런데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더니, 이럴 때 쓰는 속담이 아닌 것 같지만, 까치발로 다녔더니 어떻게 된 줄 아세요?
저에게 엉덩이 근육이 하나도 없대요. 몸에서 가장 커다랗고 중요한 근육이 엉덩이인데, 그것이 없다는 건 온몸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래요. 까치처럼 가볍게 다녔을 뿐인데, 엉덩이가 없는 고장난 사람이 되다니.
게다가 늘 뒤꿈치를 들고 다녀서 아킬레스건이 짧아지고, 종아리 근육도 짧아지고, 고관절이 굳고, 다리 모양도 못나졌어요. 거울을 볼 때마다 내 다리는 왜 이런 모양으로 생겼을까? 애초에 이런 다리로 태어났나보다, 단념하곤 했는데 미련함이 흘러 넘쳐 강을 이루었네요. 잘못된 걸음걸이 때문에 몸 전체가 삐그덕거려요. 심각한, 정말 심각한 비상상황이에요.
이 모든 재앙의 시작이 까치발이었다니. 전 너무 억울해요. 뒤꿈치 드는 것이 나쁜 습관인 줄 꿈에도 몰랐어요. 진작 알아채고 고쳐주지 않은 부모님을 탓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네, 네 결국은 제 탓이겠죠.
이미 망가진 걸 되돌리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