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약 세 종류의 물약과 가루약 2종
한제원
팬데믹을 보내고 일상 회복 단계인 지금, 코로나 시국을 돌이켜보면 좋았던 것이 그래도 있다. 불필요한 회식, 접대가 잠시 사라졌던 것 그리고 아프면 쉴 수 있는 분위기가 그것이다. 회식과 접대가 없어도 회사가 잘 돌아가는 걸 알았으니 일상을 회복하고도 과도한 회식과 접대 문화는 사라지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가장 먼저 회복된 것이 회식과 접대이다. 나 말고 신랑 회사 이야기다.
오미크론으로 대다수 직원이 코로나를 앓고 나자 자연스럽게 회식부터 되살아나서 기가 찼던 기억이 있다. 아프면 쉴 수 있는 분위기도 참 반가웠다. 어린이집 다닐 때부터 아이들이야 열이 나고 기침을 하면 집에서 돌볼 수 있었는데 신랑은 그러질 못했다.
회사는 일단 출근했다가 병원을 가더라도 가야 하는 곳이었고, 아프다고 쉬었다간 영원히 쉴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팽배한 곳이었다. 아파도 나오는 사람이 성실한 사람이었고, 참는 것이 미덕인 곳. 나는 그게 항상 걱정이고 불만이었는데 코로나 시국에는 아프면 쉴 수 있어서, 아니 회사에서 손사래 치며 집에서 쉬라고 해서 그것은 참 좋다고 생각했다.
아프면 쉬는 것. 내가 아플 때 쉬고, 남도 아플 때 쉬는 것, 아파서 쉬어도 회사가 돌아갈 만큼 직원과 일감의 비율이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 그 기본적이고도 당연한 것이 눈치 보이는 곳이 바로 한국의 직장이라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아프면 쉬는 분위기가 정착되기를 내심 바랐다. 자신과 남에게 조금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불행하게도 일상 회복과 동시에 회식과 접대, 아프면, 열나면 쉬는 분위기도 회복되었다. 마스크를 벗은 첫 환절기라 그런지 병원마다 감기 환자들이 넘쳐나고, 이번 감기는 엄청 독하면서도 지긋지긋하게 안 낫는다는 게 요즘 엄마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들이다.
3년 동안 마스크를 써서 그나마 바이러스를 걸렀는데 완전히 오픈되면서 특히나 면역이 없는 애들에게 제일 큰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열나고 아프면 등교와 등원, 출근을 자제하던 분위기도 사라져서 더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독일 유치원은 매일매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이 추우나 더우나 바깥 산책을 나간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픈 아이들은 어쩌냐는 반문에 아픈 아이들은 유치원에 오지 않는다고 되어 있어서 놀랐었다. 아프면 당연히 쉬고, 아이가 아프니 부모도 돌봄 휴가를 당연히 낼 수 있는 곳이라니. 몸이 부서지기 직전에도 일을 하러 나가야 하는 우리네 문화와 너무 비교되어 적잖이 부러웠던 기억이다. 아픈 사람 본인과 다른 사람을 위해 아프면 집에서 쉬는 것이 당연한 곳이 이 세상에 있구나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