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에서 노동안전보건운동 단체 활동가들이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배제, 혐오에 금지표시를 하는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반올림
나는 '직업병 발생이 의심되는 이 상황을 노동부에 신고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최근 이렇게 직업병이 의심되는 환자가 있을 때 연계할 수 있는 '직업병 안심 센터'가 새로 생겼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곳에 연락하고 환자와 관련된 내용을 전달했다.
우선 그가 일했던 사업장이 어디인지를 알아야 정확한 작업 환경, 세척제 성분, 노출 정도를 파악할 수 있지만 그는 정확한 회사명이나 위치를 기억하지 못했다. 만약 정말로 해당 작업이 원인이라면 직업병이 집단으로 발생할 위험도 있기에 이 회사의 소재를 알아내도록 여러 차례 설득해보았지만, 그는 취업에 불이익을 걱정해서인지 더 이상 조사가 진행되는 것을 매우 꺼렸다. 사업장에는 개인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다며 안심시켜 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단순 직업병 의심 사례 보고로 이 사건은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
여하튼 그 환자는 무사히 회복되어 퇴원했다. 결국 이 병의 원인을 정확히 밝히지 못하고 후속 조치도 잘 되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의심하는 것 자체가 직업병 발견의 출발점이라 생각한다. 그 환자가 처음으로 방문한 응급실에서도, 응급 투석을 위해 전원 된 대학병원에서도 이 환자에게 갑자기 왜 병이 발생했는지는 누구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임상 의사 입장에서는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바쁘다 보니 업무 관련성과 같은 '발생 원인'에까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환자를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의료진은, 직업환경의학과 보다는 다른 임상 의사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들이 잠깐이라도 작은 의심이라도 하고 연계해 주는 과정이 없다면, 상당수의 직업병은 놓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환자가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한 말이다.
전국 각지에서 문 연 '직업병 안심 센터'... 더 많은 직업병이 수면 위로 드러나길
마침 작년부터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인 '직업병 안심 센터'가 전국 각지에 문을 열었다. 조금이라도 직업병이 의심되는 환자가 발생하면 환자 본인은 물론이고 의사, 간호사 등 의료기관 종사자 누구나 전화 한 통으로 의심 사례를 보고할 수 있다. 보고자에게는 사례금 지급, 노동자에게는 의료비 지원 등이 가능하다.
특히 사업장에는 노동자 개인 정보가 전달되지 않으니 안심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만하다. 또한 일단 접수가 되면 전문가들에 의해 자세한 조사가 이루어지며 필요시 노동부 등과 협력하여 현장 조사를 시행하게 되므로 원인 파악 및 재발 방지에도 효과적이다.
많은 노동자와 의료진들이 항상 질병의 원인에 대해 '의심'하는 마음을 갖고 의심 사례를 발견하면 직업병 안심 센터에 연락하여 그동안 숨겨져 있던 많은 직업병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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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 안 나와 병원 찾은 노동자... 직업병 의심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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