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노동자 200만원대 월급이 '특권층'? 돌봄의 가치를 묻는다

[주장] 한 시의원의 무지 드러난 발언...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예산 회복해야

등록 2023.04.20 10:31수정 2023.04.2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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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예산이 210억원에서 68억원으로 무려 70%가 삭감되었다. 시예산 100%로 운영되는 서울시 산하 출연기관의 예산이 이렇게 많이 깎였다는 것은 사실상 해당 기관의 역할을 대대적으로 축소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이란 어떤 기관이고,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런 결과가 발생한 것일까?  
 
 2022년 12월 1일,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예산 삭감을 막기 위해 <돌봄 공공성 확대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
2022년 12월 1일,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예산 삭감을 막기 위해 <돌봄 공공성 확대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돌봄공공성 확대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
 
'사회서비스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회서비스원이란 공공에서 돌봄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면서,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의 복지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즉, 돌봄 서비스에 있어 공공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특히, 사회서비스원은 '돌봄'의 공적 책임이 정책적으로 인정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본질적으로 '돌봄'이란 상대적으로 의존적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보조해주는 모든 형태의 노동이다. 영유아기나 노후를 비롯하여 사람이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순간은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두가 언젠가는 겪게 되는 건강문제나 노후소득문제에 사회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건강보험이나 연금제도처럼 돌봄 또한 사회가 공적으로 함께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돌봄 공적책임기관인 사회서비스원... 노동 질 높이려면,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해야

그러나 그간 돌봄은 개별 가정 내에서 해결해 왔다. 특히 산업구조가 남성 중심의 노동시장으로 형성되면서 여성들에게 가사노동, 아이 돌봄, 어르신 돌봄의 책임이 가중되었다. 돌봄은 노동으로서 대우받지 못하고, 엄마나 아내로서의 희생과 봉사, 헌신 등의 용어로 포장되었다. 그 결과, 돌봄 노동에서 낮은 임금과 불안한 고용 형태가 고착화되었다.

돌봄은 그 특성상, 사람의 손길이 직접 수요자에게 닿아 이루어지는 노동이다. 그렇다 보니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결정된다. 영유아시기에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이 한 사람의 인격 형성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또한 요양보호사의 활동이 혼자서 생활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의 삶에 얼마나 큰 의지가 되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돌봄 노동자의 직접적인 행동과 상호작용이 수요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돌봄 노동자가 불안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돌봄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더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돌봄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돌봄을 행하는,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돌봄을 공적 제도로 구축함에 있어서도 돌봄 노동자들이 중요한 의제로 다뤄지게 되었다.

이런 인식 속에서 2019년 전국에서 최초로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이 문을 열었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은 돌봄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여, 돌봄이 필요한 가정에 파견하는 서비스를 주로 제공한다. 몸이 편찮으신 어르신들의 가정에 직접 방문하여 돌보는 장기요양 서비스, 장애인들의 일상 활동을 돕는 장애인 활동 지원, 발달장애 청소년 활동 지원, 코로나 감염 등으로 보호자의 갑작스러운 돌봄 공백이 발생한 영유아가정이나 어르신, 장애인이 있는 가정에 돌봄 인력을 파견하는 긴급 돌봄 서비스 등이 주된 사업이다. 또한, 어린이집 교사들을 직접 고용하여 공공어린이집을 운영하기도 한다.


사회서비스원이 운영하는 사업 내용들은 삶에 있어 필수적인 돌봄의 영역들이다. 그렇다면, 나날이 돌봄 서비스의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사회서비스원의 예산이 늘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이렇게 많이 삭감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예산 삭감의 이유 들여다보니... 무지 드러난 발언


예산 삭감이 이루어진 지난해 11월 21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록과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에서 내놓은 예산 삭감에 대한 문답서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시의원들은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만' 이루어지고 있는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의 운영을 방만하다고 지적하면서 수당까지 포함하여 월평균 240만 원의 임금이 고임금이라고 지적한다.

심지어 해당 시의원은 민간에서는 시간당 1만 1000원으로 월 80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데, 왜 사회서비스원 소속 요양보호자들은 240만 원이나 받아 가느냐고 한다. 게다가 문답서에 따르면, 사회서비스원 소속 돌봄 노동자들이 '특권층'이라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월 240만원이 특권층인가? 그 여부는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모 시의원이 말했듯이 그간 요양보호사들은 겨우 80만원 정도의 저임금으로 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사회서비스원이 설립되었고, 돌봄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서비스의 질을 제고하고자 급여체계를 조정했다. 그 결과로 그나마 240만원 정도로 오른 것이다. 그런데, 이들을 특권층이라 말하는 것은 사회서비스원의 설립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발언이며, 돌봄의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다.

결국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의 예산 삭감은 사회서비스원의 역할과 돌봄 노동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시의원들의 행태를 보여준 셈이다. 돌봄 노동을 중요성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우리나라 상용근로자 월평균 임금의 60% 수준밖에 되지 않는 해당 임금을 더 높이기는커녕, '특권층', '고임금' 운운하는 것이다. 이는 민간의 불합리한 임금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도, 도리어 민간과 다시 비교하면서 임금을 왜 높였냐고 하는 꼴이다.
 
 앞서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예산 관련 국회 기자회견에 참석한 학부모와 돌봄노동자들 모습.
앞서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예산 관련 국회 기자회견에 참석한 학부모와 돌봄노동자들 모습.공공운수노조
 
특히, 그 근저에는 돌봄 노동의 공적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저평가해온, 돌봄에 대한 무시와 몰이해가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전히 돌봄 노동은 가족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 누구나 시간만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으며, 누군가가 가족을 위해 보이지 않게 희생했던 일들을 노동의 형태로 인정하지 않고, 당연한 역할 정도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돌봄 노동의 주된 종사자들이 여성이었고,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상대적 약자로 늘 변두리에 머물러 왔기 때문에 여전히 돌봄 노동의 가치는 저평가되고 전문성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이 돌봄의 가치를 지켜낼 수 있도록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은 돌봄 서비스를 공적 영역에서 책임지고자 했던 의미 있는 첫 시도였다. 하지만, 이번 시의회의 예산 삭감은 윤석열 정부의 돌봄 서비스 영리화, 민간의 수익사업화의 첫걸음이 될까봐 우려스럽다.

나 대신, 가족 대신 그 사람의 손발이 되어 일상을 살아가도록 돕는 일을 민간에 맡겨 또 하나의 산업으로, 이윤창출의 수단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누군가를 돌보고, 돌봄을 받아야 하는 상황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상황인 만큼 공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에 종사하는 돌봄 노동자들도 돌봄 노동의 공적 가치를 인정받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일·가정 양립이 쉽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돌봄에 대한 수요는 더 늘어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상황을 거치면서 언제든 긴급하게 돌봄 공백이 생길 수 있음을 모두가 뼈저리게 체감하지 않았나.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예산이 회복돼야 한다. 오히려, 돌봄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더 확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서비스원에서 관할하는 돌봄의 영역을 훨씬 더 확장한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돌봄에 대한 걱정을 덜고 일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정초원씨는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돌봄 #돌봄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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